하지만 그는 재작년 8월 뇌수술을 받은 이후 병원 신세를 지는 날이 더 많고, 최근에는 표정이 더욱 어둡다. 세 부인(첫 부인은 사망)과 자식들의 재산 분쟁 조짐 때문이다. 분쟁의 핵심은 스탠리 호가 보유한 회사들의 주식 배분 비율과 회사 운영권 분배 등이다.
"사랑하는 데이지, 나와 유산 문제에 대해 그렇게 많은 얘기를 나눴는데, 어찌하여 내 허락 없이 지난달 27일 랜스포드(지주회사의 하나)에서 신주(新株)를 발행해 맘대로 분배했느냐?"
스탠리 호가 지난 5일 둘째 부인 루시나의 둘째 딸 데이지에게 보낸 편지다. 랜스포드는 그의 카지노와 부동산, 무역회사들을 총괄하는 지주회사 SJM홀딩스의 주식 3분의 1을 보유한 또 다른 지주회사다. 후일을 위해 일부러 문건(편지)을 보낸 것 같다.
"사랑하는 아버지, 수요일 오후에 찾아뵙지 못해 죄송해요. 그러나 수요일 밤에 이나(스탠리 호의 셋째 부인)와 팬시(둘째 부인의 첫째 딸), 그리고 제가 당신(아버지)을 만나 오해를 풀어서 기뻐요. 당신이 재확인해준 재산 분배 원칙에 안젤라(스탠리 호의 넷째 부인)와 이나, 엄마(둘째 부인), 그리고 모든 자식들이 기뻐하고 있어요."
데이지가 이틀 뒤 아버지에게 보낸 답장이다. 워드로 작성하고 서명을 넣은 이들 편지에는 부녀(父女)간의 애틋한 정보다는 살벌한 법률 분쟁에 대비하는 듯한 전략이 숨어 있다.
그런데 두 장의 편지를 25일 언론에 공개한 사람은 당사자들이 아니라 제삼자인 셋째 부인 이나 찬이었다. 지주회사 랜스포드의 주식 50.55%를 소유한 셋째 부인이 더 유리한 상황을 만들려고 비밀 편지들을 폭로한 것이다.
재산 갈등이 표면화되자 스탠리 호는 26일 오후 홍콩 방송 TVB와의 인터뷰에서 "(가족 간의 분쟁은) 큰 문제는 해결됐고 우리 가족들은 매우 행복하다"고 말하면서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문회보(文匯報)를 비롯한 홍콩 언론들은 "자식들이 별도로 변호사들을 고용하는 등 예사롭지 않다"고 전망했다. 지주회사 SJM홀딩스 주가가 홍콩 증시에서 이틀 연속 폭락하는 등 관련 회사들의 주가도 하락세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