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올로기의 종언' 석학 다니엘 벨 타계

'이데올로기의 종언(終焉)'으로 유명한 미국의 사회학자 다니엘 벨(Bell·91) 하버드대 명예교수가 25일 매사추세츠주(州) 케임브리지 자택에서 병환으로 타계했다고 AP통신이 26일 보도했다.

1919년 뉴욕 맨해튼에서 태어난 벨 교수는 1939년 뉴욕시립대를 졸업한 후 '뉴 리더' '포천'지(誌)의 편집장을 지냈다. 1960년 컬럼비아대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시카고대·컬럼비아대·하버드대 등에서 30여년간 교수생활을 해 왔다. 뉴욕타임스가 '전후(戰後) 미국의 위대한 지성'으로 묘사한 벨 교수는 젊은 시절 사회변동론과 정치사회학을 연구할 당시에는 급진적인 성향을 보였으나, 중년에 접어들면서부터는 미래 사회에 관심을 보이면서 실용주의적인 성향으로 바뀌었다. 벨 교수는 생전에 스스로를 "나는 경제에서는 사회주의자, 정치에서는 자유주의자, 문화에서는 보수주의자다"라고 표현했다.

동서냉전(冷戰)이 한창이던 1960년에 펴낸 '이데올로기의 종언'은 벨 교수의 역작(力作)이다. 벨 교수는 이 책에서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복지국가의 용인(容認), 권력의 분권화, 다원적 정치체제에 대한 합의가 이데올로기 시대의 종언을 가져오며 공산주의 사회에서는 이데올로기가 그 강제력은 물론 설득력조차 상실하기에 이르렀다"고 했다. 이념이 사회를 주도하는 시대가 종말을 맞이할 것이라는 주장이었다.

벨 교수는 또 '후기산업사회의 도래(1973년)'라는 책에서는 농업사회와 산업사회 뒤에는 물질이나 에너지보다 정보의 가치가 상대적으로 높아지는 '정보사회'가 출현한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이 정보사회는 인구의 팽창, 농촌의 도시화, 인구의 도시집중 등 산업사회의 여러 모순을 해결하기 위한 필연적 과정이라고 했다. 이 때문에 미래사회 예측에 관한 한 '제3의 물결'을 통해 정보사회의 도래를 예측한 앨빈 토플러(Toffler) 박사와 쌍벽을 이룬다는 평가를 받았다.

벨 교수는 1993년 1월부터 만 2년간 월간조선에 칼럼을 기고했고, 이는 '사라진 제국 다가올 제국'이란 책으로 출간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