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회 LG배 세계기왕전] 뒷북치기

〈제4보〉(42~56)=누구에게나 약점은 있는 법. 바둑의 세계에서도 완벽한 강자란 존재할 수 없다. 기성(棋聖)으로 추앙받는 우칭위안(吳淸源)조차도 전성기 시절 약한 체력이 아킬레스건으로 지목되곤 했다. 현역 일인자로 불리는 쿵제의 약점은 초읽기다. 지난주 끝난 농심배 최철한과의 바둑에서도 시간에 쫓기다 필승의 바둑을 패했다. 하지만 1인당 2시간 이상 바둑에서 쿵제가 보여주는 안정감은 여전히 정평이 있다.

42로는 '가'의 붙임이 더 좋았으리란 지적이 나왔다. 참고1도는 하나의 가상도. 21까지 익숙한 정석 진행이다. 흑이 22에 붙여 우하귀를 공략해 오면 29까지 타개한다. 43 이하 49까지 타이트하게 조여가니 백의 침입군이 답답해졌다. 특히 47은 강수. 참고2도 1~3이 보통이지만 A의 패(覇)를 담보로 백이 손을 뺄 가능성이 크다.

54까지 백은 곤마(困馬) 하나를 자청해서 공중에 띄운 느낌. 기세가 오른 흑은 기수(機首)를 우하귀로 돌려 55로 붙여간다. 5분여를 고심하던 후야오위가 56에 씌웠다. 계속 뒷북만 치고 있을 수는 없다는 결단의 한 수였는데, 그러나 초조감이 빚어낸 과수(過手)였다는 평가를 피해가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