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오후 2시 서울 수송동 종로구청 4층 대강당에서는 사단법인 북한전통음식문화연구원(원장 이애란)이 탈북자들과 함께 설맞이 노래자랑과 요리경연대회를 열었다. 이날 행사에는 한나라당 박진 의원과 이은재 의원, 엄종식 통일부 차관, 김영종 종로구청장 등 200여명이 참석했다.
행사는 '만두 빚기'로 시작했다. 행사에 참가한 탈북자 등 10여명은 탁자 위에 놓인 만두 속 재료로 정성스럽게 만두를 빚었다. 이들은 옆 사람에게 고향을 물으면서 "우리 지방에서는 이렇게 만두를 만들었다"며 모양을 만들어 보였다. 함경남도 함흥 출신으로 2년 전 탈북한 이미선(가명·71)씨는 "남한에 온 이후 처음 만두를 만들었다"며 "함흥 만두는 끝을 동그랗게 마는 게 특징"이라고 했다.
오랜만에 동향 사람들끼리 모여 고향 이야기를 하자 일부는 옷소매로 눈물을 훔쳤다. 3년 전 탈북한 김창석(가명·73)씨는 "남한에 와서 명절을 여러 번 지냈지만 이렇게 여러 탈북자와 함께 설 음식을 만든 건 처음"이라며 "제대로 설을 보내는 기분은 들지만, 아직 북한에 남아 고생하고 있을 자식들 생각에 눈물이 난다"고 말했다. 김씨의 다섯 자녀 중 셋은 아직 북한에 남아있다.
이어진 '노래자랑' 시간에는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무대에 올라 솜씨를 뽐냈다. 두 손으로 마이크를 잡은 채 노래를 부른 최창훈(가명·65)씨는 "내가 왕년에 고향에서 가수왕이었다"며 "오랜만에 고향 사람 앞에서 부르니 그때 생각이 난다. 자주 이렇게 모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