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암 이긴 우리 보고 희망 가지세요"

지난 22일 오후 서울 성수동의 자그마한 스튜디오에서 경쾌한 드럼 소리와 전자기타 소리가 흘러나왔다. 라디오헤드의 곡 '크립'이다. 연주자들은 서로 눈빛을 주고받으며 리듬을 맞췄다. 2시간 연습이 끝나자, 모두들 땀으로 범벅된 얼굴을 수건으로 닦았다.

소아암을 이겨낸 청소년·청년 6명으로 구성된 록밴드 '레인보우 브릿지'는 3월 서울아산병원 공연을 앞두고 맹연습 중이다. 키보드를 맡은 리더 권선민(23·한체대 특수체육교육 3년)씨는 "소아암 환자들이 소아암을 겪은 우리의 공연 모습에 힘을 얻고, 완치에 대한 희망을 갖길 바라면서 밴드를 결성했다"고 말했다.

뇌종양, 악성림프종, 급성림프구성 백혈병 등을 겪은 이들은 지난해 4월 '레인보우 브릿지'라는 소아암 환우회에서 만나 환우회 이름을 딴 밴드를 결성했다. 보건복지부의 한 사회복지사가 활막성 육종이라는 희귀암을 겪은 음악가 권용범(32)씨를 소개해줘 권씨가 악기를 가르쳤다. 권씨는 지난해 말 '2011 유튜브 심포니 오케스트라' 본선에 진출한 실력파다. 그는 "어린 시절을 거의 병원에서 보낸 아이들인데, 같은 병을 앓는 다른 아이들을 생각하는 마음이 기특해서 가르치고 싶어졌다"고 했다.

악기 구입은 한 지방방송국의 대표가 작년 가을 800만원을 후원해줘 해결됐다. 전자기타와 베이스기타, 음향기기 등을 구입했고, 남은 돈으로 스튜디오를 빌려 본격 연습에 나섰다. 베이스기타 임채린(16·안양여중 3년)양은 "내 악기를 손에 쥐니 진짜 밴드라는 기분이 들었다"고 했다.

멤버들은 암과 투병하느라 학교를 제대로 다니지 못했다. 그래서 수능이나 검정고시, 혹은 전공 공부를 하느라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 하지만 밴드 연습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드럼 이태호(19)군은 "검정고시 준비에 바쁘지만 그래도 시간을 쪼개 연습에 나온다"면서 "병상에만 누워 있던 때를 생각하면 바쁜 게 행복하고, 기타를 들고 서 있기만 해도 감사하다"고 했다. 전자 기타 장영후(21·동원대 휘트니스건강관리과 2년)씨는 "내가 치료받은 병원에서 건강관리사로 일하고 싶어 공부하고 있다"며 "투병 경험을 살려서 소아암 환자의 마음까지 위로하는 건강관리사가 되고 싶다"고 했다.

이들의 꿈은 록 페스티벌에 참여해 '소아암을 극복한 사람들의 밴드'를 널리 알리는 것이다. 올해 수능을 준비하는 보컬 조인훈(20)씨는 "지금은 한 곡 연주하기도 쉽지 않지만, 소아암 환자들의 희망이 되기 위해 더 열심히 하자"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