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논단] 40대 영화감독이 20대 관객과 살기
입력 : 2011.01.30 23:30
작년 영화 140여편 상영 그 중 1960년 이전 출생
감독은 불과 열댓 명 관심 끈 영화는 다섯 편
주관객인 20대 외면 탓 그들과 난 다른 '민족'일까
새해 들어 유난히 '베이비붐 세대의 퇴장'이라든지 '베이비붐 세대의 노후 준비문제' 같은 뉴스가 눈에 자주 띈다. 1955년부터 1963년 사이에 태어난 세대들을 칭하는 말이니 대략 56세에서 48세 사이의 사회 구성원들이다. 선발대는 이미 직장에서 꽤 많이 뒷줄로 물러앉았고, 후발 주자들도 명퇴라는 이름의 소용돌이 한가운데에 자리하고 있을 것이다.
불안과 불평·불만이 없을 수가 없다. 충성을 다해온 조직에 대한 배신감과 최소한의 노후 보장도 없이 사회에서 폐기 처분되는 것 아니냐는 공포감이 넘쳐난다. 더욱이 지금껏 취직해 일해온 시간보다 더 많은 시간을 직업 없이 살아가야 한다는 게 희망보다는 암울한 그림자만 던져주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사람의 육체적 나이와 사회적 나이의 부조화라는 분석도 보았는데 공감이 가는 얘기였다.
49세인 필자가 몸담고 있는 영화계도 사정은 별로 다를 게 없다. 어쩌면 각 분야를 통틀어 직업적인 생로병사(生老病死)의 사이클이 가장 짧고 격렬할지도 모르는 곳이 영화계다. 영화감독을 예로 들어보자. 2010년에 대략 140편이 넘는 영화가 극장에서 개봉됐다. 그런데 그 영화를 찍은 감독들 중 1960년 이전 출생자는 몇명이나 될까. 놀랍게도 열다섯 명 내외였다. 50대라면 기술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또 사회적 네트워크면에서 인생의 정점에 서 있는 나이이다. 그런데도 고작 열다섯 명 내외의 감독만이 자신의 영화를 극장에 개봉시킨 것이다. 게다가 그 열다섯 작품도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영화 배급업체와 언론의 관심을 끈 영화는 3분의 1 정도에 불과하다.
명퇴도 이런 조기 명퇴가 없다. 40대 중반만 넘으면 20대 주(主)관객층과의 괴리감을 호소하는 지경이다. 도무지 20대 관객들을 모르겠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감독이 어쩌다 과거 무용담을 얘기한다 치자. "고교 시절에 말야, 운동을 한바탕 하고 수돗가에서 물을 마시는데"라고 말하는 순간 그 자리에 있던 20대 초반의 스태프에게 이런 질문을 받기 일쑤다. "저, 수돗물을 그냥 마셔요?" 그 당시에는 다들 그랬다고 아무리 얘기해도 소용없다. 그 수돗가에서 걸레도 빨고 발도 씻고 했다는 말은 차마 하지도 못하고 이내 입을 다물고 만다.
20대 스태프들이 자리를 뜨고 나면 뒤에 남겨진 베이비붐 세대 감독들은 요즘 젊은 세대들의 이해하기 어려운 점을 얘기하기 시작하는데 한도 끝도 없다. 그들의 영화 취향을, 독서 행태를 성토하다가 급기야는 그들 세대 전체의 문화 수준에 대한 비판으로 넘어간다.
영화감독으로서 나와 그들은 서로 다른 사람들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어쩌면 세대가 다른 게 아니고 국가가 다른 사람들일지도 모른다. 같은 언어를 쓰고 같은 땅에서 살고 있지만 다른 국민, 다른 민족일지도 모른다는 얘기다. 소득 몇백 달러도 안 되는 나라에서 태어난 나와 1만5000달러가 넘는 나라에서 태어나고 자란 저들이 어찌 같은 나라 사람이겠는가. 이 지구 역사상 이런 경우가 또 있을까 싶을 정도로 짧은 기간에 후진국에서 선진국 초입까지 발전한 게 대한민국이다. 바로 그 직전 세대로 태어난 게 죄라면 죄일 것이다. 적어도 20대를 상대해야 하는 영화감독으로서는 그렇다.
그러니 쉬울 리가 없다. 그들을 이해하는 것이, 그들을 즐겁게 하는 것이, 그들을 만족시키는 것이…. 그들은 어리고 경험이 없어 보이지만 부유한 나라에서 태어나 부모의 절대적인 집중 투자 속에 성장했고 세계 초일류의 정보산업국가에서 교육을 받은 세대다. 각자 자유로운 취향을 갖고 있고, 자존심이 강하다. 40대인 필자, 특히 20대를 잘 이해해야 하는 영화감독이 이들과 이질감을 느끼니 다른 분들은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20대의 욕구를 이해하고 수용하지 못하는 한 베이비붐 세대인 필자 세대에 새로운 기회는 존재하지 않을 것이란 사실이다. 어쩌면 그것은 우리나라 전체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생각한다.
베이비붐 세대를 생각하면 지금 20대처럼 외국어 발음은 좋지 않지만 전 세계로 나아가 물건을 팔았고, 인터넷이란 말조차 성인이 되어 들었지만 세계 최강의 IT산업국가를 건설했다. 그 정신으로 올해는 20대 관객들을 향한 도전에 나서야겠다고 생각한다.
불안과 불평·불만이 없을 수가 없다. 충성을 다해온 조직에 대한 배신감과 최소한의 노후 보장도 없이 사회에서 폐기 처분되는 것 아니냐는 공포감이 넘쳐난다. 더욱이 지금껏 취직해 일해온 시간보다 더 많은 시간을 직업 없이 살아가야 한다는 게 희망보다는 암울한 그림자만 던져주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사람의 육체적 나이와 사회적 나이의 부조화라는 분석도 보았는데 공감이 가는 얘기였다.
49세인 필자가 몸담고 있는 영화계도 사정은 별로 다를 게 없다. 어쩌면 각 분야를 통틀어 직업적인 생로병사(生老病死)의 사이클이 가장 짧고 격렬할지도 모르는 곳이 영화계다. 영화감독을 예로 들어보자. 2010년에 대략 140편이 넘는 영화가 극장에서 개봉됐다. 그런데 그 영화를 찍은 감독들 중 1960년 이전 출생자는 몇명이나 될까. 놀랍게도 열다섯 명 내외였다. 50대라면 기술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또 사회적 네트워크면에서 인생의 정점에 서 있는 나이이다. 그런데도 고작 열다섯 명 내외의 감독만이 자신의 영화를 극장에 개봉시킨 것이다. 게다가 그 열다섯 작품도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영화 배급업체와 언론의 관심을 끈 영화는 3분의 1 정도에 불과하다.
명퇴도 이런 조기 명퇴가 없다. 40대 중반만 넘으면 20대 주(主)관객층과의 괴리감을 호소하는 지경이다. 도무지 20대 관객들을 모르겠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감독이 어쩌다 과거 무용담을 얘기한다 치자. "고교 시절에 말야, 운동을 한바탕 하고 수돗가에서 물을 마시는데"라고 말하는 순간 그 자리에 있던 20대 초반의 스태프에게 이런 질문을 받기 일쑤다. "저, 수돗물을 그냥 마셔요?" 그 당시에는 다들 그랬다고 아무리 얘기해도 소용없다. 그 수돗가에서 걸레도 빨고 발도 씻고 했다는 말은 차마 하지도 못하고 이내 입을 다물고 만다.
20대 스태프들이 자리를 뜨고 나면 뒤에 남겨진 베이비붐 세대 감독들은 요즘 젊은 세대들의 이해하기 어려운 점을 얘기하기 시작하는데 한도 끝도 없다. 그들의 영화 취향을, 독서 행태를 성토하다가 급기야는 그들 세대 전체의 문화 수준에 대한 비판으로 넘어간다.
영화감독으로서 나와 그들은 서로 다른 사람들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어쩌면 세대가 다른 게 아니고 국가가 다른 사람들일지도 모른다. 같은 언어를 쓰고 같은 땅에서 살고 있지만 다른 국민, 다른 민족일지도 모른다는 얘기다. 소득 몇백 달러도 안 되는 나라에서 태어난 나와 1만5000달러가 넘는 나라에서 태어나고 자란 저들이 어찌 같은 나라 사람이겠는가. 이 지구 역사상 이런 경우가 또 있을까 싶을 정도로 짧은 기간에 후진국에서 선진국 초입까지 발전한 게 대한민국이다. 바로 그 직전 세대로 태어난 게 죄라면 죄일 것이다. 적어도 20대를 상대해야 하는 영화감독으로서는 그렇다.
그러니 쉬울 리가 없다. 그들을 이해하는 것이, 그들을 즐겁게 하는 것이, 그들을 만족시키는 것이…. 그들은 어리고 경험이 없어 보이지만 부유한 나라에서 태어나 부모의 절대적인 집중 투자 속에 성장했고 세계 초일류의 정보산업국가에서 교육을 받은 세대다. 각자 자유로운 취향을 갖고 있고, 자존심이 강하다. 40대인 필자, 특히 20대를 잘 이해해야 하는 영화감독이 이들과 이질감을 느끼니 다른 분들은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20대의 욕구를 이해하고 수용하지 못하는 한 베이비붐 세대인 필자 세대에 새로운 기회는 존재하지 않을 것이란 사실이다. 어쩌면 그것은 우리나라 전체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생각한다.
베이비붐 세대를 생각하면 지금 20대처럼 외국어 발음은 좋지 않지만 전 세계로 나아가 물건을 팔았고, 인터넷이란 말조차 성인이 되어 들었지만 세계 최강의 IT산업국가를 건설했다. 그 정신으로 올해는 20대 관객들을 향한 도전에 나서야겠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