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회 LG배 세계기왕전] 聲東擊西

〈제6보〉(74~85)=기회란 놈은 곁을 줄 듯하다가도 손을 뻗으면 잽싸게 달아난다. 성공이란 그것을 낚아챈 자들의 전리품이다. 후야오위는 4년 전 제11회 LG배 결승서 한 수 아래로 평가되던 대만 저우쥔쉰(周俊勳)에게 져 세계 제패를 이룰 절호의 기회를 놓쳤다. 그때 우승했더라면 지금 세계 일인자 자리는 그가 차지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권좌에 일단 오르면 권위와 자신감이 커져 자리에 걸맞은 실력을 갖추게 된다는 게 정설이다.

75 때 76이 고지식했다. 적의 수레를 뒤에서 밀어주는 꼴. 참고1도 1, 3이 이 경우의 틀이었다. 2로 A면 B에 붙여 알뜰하게 산다. 쫓기기만 하던 후야오위, 80으로 마침내 비장한 승부수를 던졌다. '가' 이하 부호 순으로 '바'까지 밀어붙이겠다는 뜻. 하지만 쿵제는 눈 한 번 깜짝하지 않고 81, 83으로 정면 공격을 계속한다.

82로 참고2도 1이면 흑은 정색을 하고 우변 백 포획에 나설 것이다. 흑6의 자세가 좋아 이 백은 전멸을 면치 못한다. 85는 일종의 성동격서(聲東擊西) 전법. 우변 백 대마에 대한 원거리 포위망이다. 그러고 보니 우상귀 백도 약골인 건 마찬가지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