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KET & MONEY] 건설·자동차株 '파라오의 저주'

이집트의 반(反)정부 시위 때문에 국내 코스피지수도 1.81% 하락한 가운데, 관련 종목의 주가에도 희비(喜悲)가 엇갈렸다. 유가 상승으로 인해 정유 관련주가 최고가를 기록했고 글로벌 자금이 안전자산으로 쏠리면서 금 관련주도 강세를 보였다. 반면 이집트 등 중동 지역에서 건설 수주를 기대했던 건설주가 하락했고 자동차 업종도 큰 폭으로 내렸다.

1월의 마지막 거래일인 31일 정유주는 유가 상승에 힘입어 크게 올랐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정유주가 포함된 화학 업종이 유일하게 상승 마감했다. S-Oil과 GS는 장중 큰 폭으로 상승해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고 SK이노베이션도 장중 52주 최고가를 새로 썼다. 이집트 사태로 인해 중동 지역에서 유럽·미주로 석유를 운송하는 길목인 수에즈 운하가 폐쇄될 가능성이 있어 석유 공급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국제 유가가 들썩였다.

삼성증권의 박정아 연구원은 "이집트 사태로 석유 공급에 대한 우려는 커지고 있지만 세계 경제가 회복되면서 석유 수요는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예상돼 정유주에는 호재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코스피지수의 낙폭이 커지면서 결국 하락 마감했지만 금 관련주인 고려아연도 장중에 2% 가까이 상승했다. 이집트 사태로 안전 자산인 금값이 크게 상승하며 고려아연으로 매수세가 몰린 것이다.

반면 중동 지역에서 수주 실적이 개선되기를 기대했던 건설(3.59%) 및 운송장비(4.09%) 업종은 크게 떨어졌다. 특히 작년에 이집트에서 대형 정유플랜트 공사를 재개했던 GS건설의 주가가 7.03% 떨어졌고 대림산업과 삼성엔지니어링도 각각 4.60%, 2.72% 떨어졌다. 최근 건설주는 국내 건설사의 주력 시장인 중동 지역에서 수주가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에 힘입어 큰 폭으로 상승했다. 하지만 이집트 시위를 도화선으로 중동 지역 정세가 불안해지자 건설주가 큰 폭으로 내렸다.

자동차주도 크게 떨어졌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각각 4.79%, 4.54% 하락했고 현대모비스는 6.34%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