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회 LG배 세계기왕전] 불공정 去來

〈제7보〉(86~100)=한 치 앞을 못 내다보는 것이 인간사다. 작년 말 광저우 아시안게임 주최국 중국은 바둑 종목에 남녀 단체전과 혼성 페어 등 3개의 금메달만 내걸었다. 전형적 개인경기인 바둑에 개인전을 뺀 것은 이세돌을 의식했기 때문. 하지만 실제 결과는 뜻밖이었다. 중국이 단체전과 페어에서 모두 한국에 완패하는 가운데 오직 쿵제만이 펄펄 날며 이세돌과의 두 차례 대결을 모두 이긴 것. 개인전을 치렀다면 중국이 금메달을 가져갔을 가능성이 컸다는 얘기다.

흑이 ▲에 붙여 우상귀와 우변 백을 모두 조준하고 나섰다. 86은 89 자리 끼움 등 흑의 약점을 노리며 힘을 키우는 수. 이때 놓인 87이 좋았다. 참고1도 백1은 거꾸로 흑2를 당해 끊긴다. 그렇다고 백1로 A로 연결하려다간 흑B 붙임으로 봉쇄돼 우상귀 백 일단이 전멸당한다. 백은 고심 끝에 88로 뛰어 변화를 구하고 나섰다.

여기서 89의 우직한 이음이 또한 침착한 대응. '가'와 90 두 곳에 단점이 생겼다. 결과는 91까지의 바꿔치기. 참고2도서 보듯 우상귀 백은 잡혔다. 누가 봐도 흑이 횡재한 '불공정 거래'다. 이제야말로 좌변 흑을 물고 늘어질 수밖에 없게 된 후야오위, 100까지 총공격에 나섰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