붓끝에 퍼지는 梅香… 봄처럼 화사한 화폭

한국화가 문봉선 홍익대 교수의 개인전 〈문매소식(問梅消息)〉은 매화를 탐구하고 이를 그림으로 펼쳐놓은 '연구서'라 할 수 있다.

1990년대부터 순천 선암사를 찾아 매화를 관찰하기 시작한 문 교수는 "10년이 지나서야 겨우 매화가 보였다"는 말로 매화 표현의 어려움을 나타냈다. 작가는 이후 순천·구례·광양·김해 등 한국은 물론 중국 난징(南京)과 일본 후쿠오카같이 매화가 유명한 곳을 찾아다녔다. 그는 "중국 매화는 가지가 가늘고 연약하고, 일본 매화는 가지가 길고 나무 모양에 기상이 있으며, 한국 매화가 가장 아담하다"고 세 나라의 매화를 비교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작가가 직접 한·중·일을 돌아다니며 보고 느낀 매화를 한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다.

문 교수는 탐매(探梅)에서 잘 드러나듯, 현장을 직접 찾아다니며 오감(五感)으로 체험한 것을 해석해 화폭으로 옮긴다. 초기에는 서울 광장시장에서 발견한 자전거 무리를 화폭에 옮겼다. 이후에는 북한산과 섬진강 등 산과 강을 찾아다니며 감흥을 표현했다.

그의 작품은 모필(毛筆)의 깊은 아름다움과 부드러움이 한껏 살아나면서 여백의 미를 절묘하게 살린다. 화면이 살아있는 것은 현장에서 가져온 생생함 덕분이다. 이번 전시에 나온 매화 역시 각각의 얼굴과 향을 지니고 있다. 백매(百梅)와 홍매(紅梅)에서 수십 년 성장하면서 바람에 휘어지고 부러진 노매(老梅)까지 두루 만끽할 수 있다.

문 교수는 매화를 다루면서 처음에는 주로 화선지에 그렸는데 최근에는 광목 위에 매화를 담아보았다. 질기고 거친 듯한 광목과 매화의 부드러운 아름다움이 긴장감을 보여준다. 그로선 처음 시도한 배채법(背彩法)을 보여주는데, 뒷면에 물감을 칠하는 기법으로 달무리에 둘러싸인 달을 실감 나게 표현했다.

이번 전시에는 작가가 순천 선암사와 구례 화엄사 등을 돌며 만든 화첩(畵帖)도 볼 수 있다. 작가는 "현장에서 느꼈던 심상을 먹(墨)을 통해 그대로 옮겨놓은 화첩이 모든 작품의 기초가 되었다"고 말했다. 매년 1~2월이면 매화를 공부하기 위해 제자들과 함께 순천으로 향한다는 그는 "매화는 누구보다 먼저 봄을 알린다. 긴 기다림 끝에 찾아오는 매화는 단순한 꽃이 아니라 인내를 의미한다"고 말했다. 유난히 추웠던 겨울 끝이어서인지 매향(梅香)이 더욱 은은하게 다가온다.

전시는 서울 종로구 관훈동 공아트스페이스에서 27일까지 열린다. (02)735-99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