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순욱 기획팀장의 심층분석] 前 금융통화위원 7人에게 '2월 기준금리 전망' 물어보니… 1명 빼고 모두 '동결'… "올해 물가는 4% 육박"

오는 11일에 열리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 회의를 앞두고 본지가 전직(前職) 금통위원 7명을 대상으로 2월의 기준금리에 대해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6명이 기준금리(현재 연 2.75%) 동결을 전망하고 나머지 1명은 금리 인상을 예상했다.

금리 동결을 전망한 이들은 "물가를 생각한다면 2월에도 금리를 올리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1월에 이어 두 달 연속 인상은 부담스러울 것" "1월 금리인상의 파급효과를 분석, 평가하기에는 1개월이라는 시차가 너무 짧다"는 등의 이유를 들었다.

한편, 전직 금통위원들은 올해 정부가 목표로 한 '5% 성장, 3% 물가'는 실현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보았다. 특히 올해 물가는 4%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했다.

금통위원은 우리나라 통화정책을 운용하는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금융통화위원회 구성원으로, 매월 국내외 경기동향과 금융시장 상황 등을 고려해 기준금리(시장금리에 기준이 되는 금리) 수준을 결정한다.

설문에 응한 7명의 전직 금통위원은 김명호 전 한국은행 총재(1993년 3월~1995년 8월·괄호 안은 금통위원 재직기간·순서는 재임 우선 순), 곽상경 고려대 명예교수(1998년 4월~1999년 6월), 김영섭 법무법인 태평양 고문(1998년 4월~2000년 4월), 문학모 전 위원(1998년 4월~2000년 4월), 남궁훈 전 위원(2000년 4월~2004년 4월), 이덕훈 서강대 교수(2004년 4월~2008년 4월), 심훈 전 위원(2006년 4월~2010년 4월)이다. 실제 금통위 의사록과 마찬가지로 이들의 응답내용도 익명으로 공개한다.

◆2월 기준금리는 동결 전망이 압도적

지난 1월 금통위에서는 시장의 예상을 뒤엎고 기준금리를 연 2.5%에서 2.75%로 인상했다. 금통위가 지난해 11월 금리 인상 후 두 달 만에 또다시 금리를 인상한 것은 국제유가(油價)가 배럴당 100달러에 근접하는 등 연초부터 물가 오름세가 심상치 않아 금리인상 필요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금리를 인상하면 시중의 통화량이 줄어들어 물가상승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 1월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한국은행의 물가안정 목표치 상한선(4%)을 넘어선 4.1%를 기록했다. 한국은행의 올해 물가 전망은 3.5%이다.

그러나 2월 금통위에서는 금리를 동결할 것이라는 견해가 7명 중 6명을 차지했다. A씨는 "1월에 금리를 인상했으면 2월에는 (금리를 동결하면서) 금융 및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점검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F씨는 "이달은 동결하고 3월 금통위에서 인상할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7명 가운데 혼자 금리 인상을 예측한 G씨는 "소비자들의 물가상승 기대심리도 높아졌고 최근 부동산도 들썩이고 있어 금리 인상을 더 이상 주저하거나 관망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최근 물가 안정에 대한 정부의 의지가 워낙 단호한 만큼, 한은이 2월에도 전격적으로 기준금리를 인상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다만 정부는 최근의 물가 불안이 국제유가 상승과 농축산물 가격 상승 등 공급 요인의 충격 때문에 가중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어 기준금리 인상을 통해 수요 측면의 물가 압력(경기 호조로 수요가 확대되면서 물가가 오르는 것)을 완화시키려는 금통위의 통화정책과는 다소 입장 차이가 있다.

◆"5% 경제성장은 몰라도 3% 물가는 어렵다"

이번 조선일보 설문에 참가한 전직 금통위원 대부분은 올해 정부가 목표로 삼은 '5% 성장, 3% 물가'는 동시 실현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보았다. 특히 작년에는 원유를 비롯한 국제원자재 가격이 전반적으로 안정돼 있었던 데 비해 올해는 연초부터 원자재 가격이 들썩이고 있어 물가 상승률이 4%를 넘어설 가능성도 적지 않다고 보았다. B씨는 "물가상승 압력이 큰 여건에서 5% 성장과 3% 물가를 동시에 달성하려다 보면, 상당한 부작용을 가져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C씨 역시 "최근 정부의 미시적인 물가대응(등록금 인상 억제 등 개별물가 억제대책)은 풍선효과(풍선의 한 곳을 누르면 다른 곳이 불거져 나오는 것처럼 문제 하나가 해결되면 또 다른 문제가 생겨나는 현상)로 인한 시장 왜곡 여지가 크다"며 "정부의 목표와 반대로 '3% 성장, 5% 물가'가 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말했다.

반면에 올해 우리 경제의 5% 성장에 대해서는 낙관적인 전망도 적지 않았다. E씨는 "미국과 중국의 경기 호전, 국내 산업의 경쟁력 등을 감안할 때 돌발적인 악재가 나타나지 않는다면 올해 5% 성장은 가능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D씨 역시 "선진국의 경제회복 추이를 감안할 때 올해 경제성장률은 5% 정도로 예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