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회 LG배 세계기왕전] 흑 樂勝

〈제10보〉(130~157)=세계 3관왕 쿵제가 최근 비씨카드배 64강전 첫판서 탈락한 것을 꼭 이변이라고 볼 수만은 없다. 쿵제와 세계 정상을 다투고 있는 이세돌도 바로 이 무대, 15회 LG배 1회전서 고배를 들지 않았던가. 각국 젊은 영재들의 집단연구 내용이 국경을 넘어 곧바로 세계에 전파되는 시대의 상향평준화 현상일 뿐이다. 과거의 이창호와 같은 다관왕, 연속제패 기사는 이제 점점 더 배출되기 어려울지 모른다.

흑이 ▲로 건너 붙인 다음 134까지는 필연의 진행. 그러나 135가 놓이고 보니 좌변 흑과 중앙 백 둘 중 누가 더 위험한 형태인지 분명해졌다. 138로 중앙 백이 움직이자 흑은 143으로 가차 없이 자물쇠를 잠가 버린다. 145까지 백도 외부와 격리됐다.

148로 시작된 최후의 옥쇄작전은 155, 157에 이르러 실패로 막을 내렸다. 요석(要石) 백 두 점이 꼼짝달싹 못하고 잡혀선 거꾸로 중앙 백의 전멸이다. 156으론 참고도가 유일한 변화인데, 수상전 형태긴 하지만 8을 당하는 순간 흑은 거의 연단수로 몰린다. 라이벌에 당한 패배는 몇 배는 더 아쉬운 법. 쿵제는 157이 놓인 뒤 한참을 뜸들이더니 마지못한 표정으로 패배를 인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