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회 LG배 세계기왕전] 盤前無人

〈총보〉((1~157)=한국 기사들 중 열이면 아홉은 국제대회 대진 추첨 때 외국 선수와 만나기를 원한다. 국제대회에선 동국인끼리의 적대감은 약해지기 마련이고, 매일 보는 동료와 사생결단 싸우는 게 아무래도 껄끄럽기 때문. 이 판의 두 대국자도 비슷한 심정이었을 것이다. 더구나 둘은 어린 시절부터 앞서거니 뒤서거니 경쟁해온 동갑 라이벌 관계다. 대국 분위기도 다른 어떤 대국보다 찬바람이 돌았다.

수수(手數)가 긴 바둑이 아닌데도 승자와 패자 모두 초읽기까지 몰렸다. 침묵과 표정 관리로 위장했지만 둘 모두 내면적으론 마지막 땀 한 방울까지 짜냈다는 증거다. 결과는 요즘 한창 잘나가는 쿵제의 완승. 후야오위는 상대를 의식하다 갈팡질팡한 끝에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하고 맥없이 무릎을 꿇었다. 반전무인(盤前無人)의 경지에 오르려면 아직 멀었을까.

항상 그렇듯 초반 포석은 여러 가지 구상이 가능한 법. 14로는 참고도처럼 그림을 펼치는 것도 훌륭한 일책이었을 것이다. 아무튼 전기(前期) 우승자 쿵제가 또다시 결승 무대에 성큼 발을 들여놓았다. 그는 LG배 2연패(連覇)란 첫 역사에 도전한다. (132…113, 157수 끝 흑 불계승, 소비시간 백 3시간 4분, 흑 3시간 2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