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인이 엉터리 표준어… 말이 됩니까"

1961년 중앙방송국(현 KBS) 제4기 성우로 입사해 45년간 활동해온 최흘(75)씨는 요즘 TV를 볼 때마다 가슴을 친다. 뉴스 진행자, 연기자 할 것 없이 엉터리 표준어를 쓰기 일쑤이기 때문이다.

"가장 큰 문제는 표준어 특유의 온화한 품격이 사라지고 있다는 겁니다. 터어키를 '턱기''뉴우스'를 '?스'라고 해요. 사투리 영향인지 말의 앞소리도 너무 거세졌고요. 어떤 방송기자가 '잠자리를 찾는다'는 말을 '잠짜리'(잘 곳)가 아닌 '잠자리'(곤충)라고 했을 때는 웃음이 다 나왔지요."

그는 안 되겠다 싶어 최근 '우리말 바르게 말하기 사전'을 펴냈다. 현재 표준말 가운데 가장 지켜지지 않는 것이 장·단음이라고 판단해 이를 체계적으로 정리한 발음사전을 만든 것이다. 최씨는 "방송국 PD들에게 '출연자들이 표준어를 쓰게 하라'고 말했더니 '뜻만 통하면 되지 뭘 그렇게 따지느냐'는 반응이 돌아와 가만있으면 안 되겠다 싶어 쓴 책"이라고 했다.

"영어는 발음기호까지 다 배우면서 정작 우리말은 장·단음 지키는 사람이 없어요. 뉴스 프로그램 진행자들도 마찬가지니 일반인들이야 오죽하겠습니까. 장·단음 구별이 있어야 말의 뜻이 분명해지고 잘 다듬어진 표준말이 가능해집니다."

최씨는 단어마다 긴홀소리(장모음)를 일일이 표기했고, 단모음 낱말과 장모음 낱말을 비교할 수 있게 구성했다. 사자성어 6500여개도 장·단음을 표시해 넣었다. 이 사전의 기초가 된 건 그가 1967년부터 만들어온 표준어 자료집이다.

"우리 때만 해도 방송인들은 굉장한 책임감을 느꼈습니다. 내가 하는 말을 아이들이 배우고 내 발음이 우리 언어 정서를 만든다는 생각이었지요. 혼자 표준어 공부를 하면서 만든 자료집이 수십년 지나니 엄청나게 쌓이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