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분석] 중국, 주변 신흥국 주가 떨어뜨려 놓고 혼자만 올라… 춘제(중국 최대 명절)기간 소비 급증… '中경기 둔화 우려' 잠재워

중국이 금리를 인상하는 등 긴축정책을 펴자 인근 신흥국 증시가 동반 하락하고 있다. 긴축정책으로 중국의 소비가 둔화되면 중국으로의 수출이 줄어들 것이라는 해외 투자자들 우려가 반영됐기 때문이다. 이들 신흥국에선 연일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가고 있다.

정작 신흥국 증시 하락의 원인을 제공한 중국의 증시는 오르고 있다. 최근 8거래일 중에 하루만 빼놓고 주가가 7거래일간 5.6% 상승했다. 중국 최대 명절이라는 춘제(春節)의 마지막 날인 8일 밤 중국 정부가 기습적으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렸지만 다음날 중국 증시는 소폭(0.89%) 하락하는 데 그쳤다. 그 다음 날 주가는 바로 반등했다. 중국 정부가 풀린 자금을 거둬들이는데 주가는 왜 안 떨어지는 걸까.

춘제 기간 동안 소비가 급증하면서 긴축정책으로 인한 경기 둔화 우려를 잠재웠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정부의 연이은 경기부양책 발표도 투자 심리를 떠받쳐주고 있다. 하지만 중국의 물가가 더 오르고 긴축정책이 뒤따른다면 올 상반기에 중국 증시가 추가로 상승할 여력이 크지 않다는 의견도 많다.

◆신흥국 증시 하락하는데 중국 증시만 선방

코스피지수가 1.56%(31포인트) 급락하며 2000포인트가 무너진 지난 11일 싱가포르(-0.8%)·말레이시아(-0.6%)·대만(-2.57%) 등 다른 아시아 증시들도 하락했다. 스위스 투자은행 UBS 수석 투자전략가 켈빈 테이는 "아시아는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압력으로 이미 긴축 사이클에 들어섰다"며 "이는 증시 투자 심리에 부정적"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11일 중국 증시는 0.3% 올랐다. 최근 8거래일간 중국 증시가 5.6% 오른 반면 홍콩(-3.3%)·싱가포르(-3.2%)·인도(-3.1%)·브라질(-3.1%)·러시아(-1.5%) 등 다른 신흥국들은 설설 기었다.

중국 기업의 지난해 실적은 예상보다 좋았고, 이 같은 호(好)실적은 올해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리 준레이 궈타이쥔안(國泰君安)증권 수석 경제분석가는 "현재 중국의 대형 은행 주가는 실적과 비교했을 때 최저 수준"이라며 "중국의 성장세로 올해 기업 수익도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예상 밖 춘제(春節) 소비효과가 중국 증시를 지탱

중국 상무부가 발표한 이번 춘제 기간의 소매 판매는 4045억위안(약 456조원)으로 전년보다 19% 증가했다. 8년 만에 최고 증가 폭이다. 예년보다 여행 등 여가활동 소비가 큰 폭으로 증가했고, 농촌 소비가 도시만큼 왕성했다. 상하이증권보(上海證券報)에 따르면 춘제 기간에 중국의 관광 수입은 800억위안(약 13조7000억원)을 넘어 전년보다 30% 증가했다. 윤항진 한국투자증권 이머징마켓팀장은 "2009년 이후 빠른 경기 회복과 최저임금 인상, 작년 연말 보너스 지급 증가 등으로 중국 내 소득이 증가한 게 춘제 소비 효과를 불러왔다"고 말했다.

정부의 경기부양책에 대한 기대감도 중국 증시를 떠받치고 있다. 오는 3월 초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최종 확정될 '제12차 5개년 계획안'에는 민간 소득 확대와 태양광 등 7대 산업별 지원 방안이 담길 예정이다. 계속되는 자연재해로 농산품 물가가 불안해지자 원자바오(溫家寶) 총리는 지난 10일 "정부가 농기계 구입을 지원하고 가뭄 피해를 복구하는 데 총 129억위안(약 2조20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다른 신흥국 증시에 비해 중국 증시는 외국인 투자 비중이 작다. 상하이증시의 외국인 비중은 0.4%로 홍콩(39%)·한국(33%)·대만(26%) 등과 비교했을 때 현저히 낮다. 이 때문에 외국인 투자자금이 빠져나가는 충격을 상대적으로 덜 받는다.

작년에 인도네시아(46%)·한국(22%)·러시아(22%)·인도(17%) 등 다른 신흥국 증시가 올랐을 때 중국 증시만 14% 하락하는 등 저평가된 상태이기도 하다.

◆중국의 나 홀로 상승 언제까지

하지만 춘제 소비 효과가 얼마나 지속될지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긴축정책이 지속되면 중국 소비도 위축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2월 중순에 발표할 1월 경제지표가 부담이다. 전문가들은 작년 12월에 4.6%를 기록한 소비자물가상승률(CPI)이 춘제 때문에 1월엔 5%를 넘어서며 2008년 7월(6.3%) 이후 2년7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한다. 은행들의 1월 신규 대출 증가액도 중앙은행 목표치(9000억위안)를 넘어 1조~1조2000억위안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여기에 지난달 발표된 3차 부동산 억제정책이 지방에서 시행되면 소비는 더욱 위축될 전망이다.

우칸 다종(大衆)보험 펀드매니저는 "인플레이션 억제가 올해 중국 정부의 최우선 과제이기 때문에 추가로 2~3회 금리 인상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성연주 대신증권 선임연구원은 "추가 긴축에 대한 부담이 향후 경기부양 효과보다 클 것"이라고 말했다.

상반기 동안엔 중국 증시의 오르내림이 클 것으로 보인다. 중국사회과학원은 올 2분기(4~6월)에 중국 부동산 가격이 고점(高點)을 지날 것으로 내다봤다. 물가가 오르고 긴축정책이 뒤따르면 그만큼 중국 증시도 하락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따라서 올 상반기엔 중국 펀드 투자 등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 전문가들은 잠시 관망하는 자세로 중국 투자를 쉬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말한다. 만약 중국 투자를 생각한다면 긴축정책으로 중국 증시가 하락했을 때를 노리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