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몰지 '2차 전염병' 비상] "돼지는 뚫렸어도 소만은 지키겠다"

"우리가 주저앉으면 한국 축산업이 붕괴됩니다. 우리 축산업과 소중한 가축을 지키기 위해 농가는 물론 전 공무원이 하루하루 치열한 전쟁을 치르고 있습니다."

김석환 충남 홍성군수(66)는 "홍성 전역이 몇 달째 구제역 바이러스와 사투를 벌이고 있다"며 "밤잠을 제대로 못 잘 지경"이라고 말했다.

충남 홍성군은 전국 기초자치단체 가운데 우제류(발굽이 2개로 구제역에 걸릴 수 있는 동물) 사육 두수가 돼지 50만여 마리, 소 6만8000여 마리 등 57만 마리로 가장 많은 곳이다. 인접한 보령, 당진, 예산 등에서 구제역이 발생해 사면초가가 됐지만 잘 버텨왔다. 그러나 지난 1일 홍성군 광천읍 대평리 돼지농장에서 구제역이 발생해 초비상이 걸린 상태다. 홍성에서 구제역이 더 번지면 호남까지 뚫릴 수 있다. 김 군수는 홍성을 지키기 위해 '사투(死鬪)'를 벌이고 있다.

"철통같았다고 믿었던 방역이 뚫려 허탈하지만 그래도 살처분한 가축은 돼지 2만2964마리로 적은 편이고 소는 아직 피해가 없습니다. 그나마 다행이죠."

김 군수는 요즘 모든 행사를 취소한 채 방역초소 점검 외엔 군청에 살다시피 하며 방역을 지휘하고 있다. "하루하루 살얼음판을 걷는 심정으로 마음 졸이고 있다"고 했다. "축산단지가 있는 곳은 마을 진입로를 폐쇄하고 외지인과 차량을 통제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우편물이나 택배물품까지 마을 차단지역에 두고 가면 이를 소독해서 주민이 경운기로 나르는 불편까지 감수하고 있습니다." 김 군수는 용봉산 등 외지인 출입이 잦은 등산로를 전면 폐쇄했고 사료 등 축산농가에 꼭 필요한 물건을 반입하기 위한 환적지를 군내 4곳에 설치해 이동을 철저히 통제하고 있다. 그는 "주민과 공무원의 눈물겨운 노력이 물거품이 되지 않길 간절히 바랄 뿐"이라고 했다.

김 군수는 "홍주의사총 등 관내 역사·문화시설을 휴관하고 역과 터미널 등 다중이용시설 이용자에 대한 대인소독기를 풀 가동 중"이라며 "백신 접종을 마친 만큼 향후 2~3주가 최대 고비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그는 "양돈협회 홍성군지부 회원들이 십시일반 정성을 보태 방역자재 구입비에 보태라고 3000만원을 군에 성금으로 내놓는 등 '구제역을 막겠다'는 주민 의지가 남달라 계속된 방역에 녹초가 된 근무자들도 힘을 내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