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銀 내전 마지막 승자는 '親羅' 한동우

라응찬 전 신한금융지주(이하 신한금융) 회장의 측근으로 알려진 한동우(62·사진) 전 신한생명 부회장이 14일 신한금융 차기 회장으로 내정됐다. 라 전 회장의 지지를 받는 친라(親羅) 후보 대(對) 재일교포 주주가 중심이 된 반라(反羅) 후보 간의 대결 양상을 띠었던 이번 회장 선출전에서 한 내정자가 승리함으로써 라 전 회장은 건재를 과시했다.

금융계에선 "라 전 회장이 수렴청정(垂簾聽政)을 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라 전 회장은 이날 이사직을 사임한다고 밝혔고, 본지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신한금융에서 내 역할은 이제 끝났다"고 말해 그런 추측을 부인했다.

한 내정자의 선출을 두고는 "잠룡(潛龍)이 여의주를 물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는 1990년대 후반까지 라 전 회장의 후계자로 지목될 만큼 차세대 선두주자였지만, 신한은행 행장 경쟁에선 동갑인 신상훈(62) 전 사장에 밀려 고배를 마셨다. 그러나 이번에 라 전 회장의 지지를 받아 화려하게 컴백했다.

부산(부산고·서울 법대) 출신으로 1982년 신한은행 설립 멤버로 참여한 한 내정자는 나이가 비슷한 신상훈 전 신한금융 사장, 홍성균(63) 전 신한카드 부회장, 이동걸(63) 전 신한금융투자 대표와 함께 신한금융그룹의 차세대 '4룡(龍)'으로 꼽혔다. 1993년에는 4룡 중 가장 먼저 임원으로 승진했고, 1999년 라 전 회장이 행장직에서 물러나며 후임 행장으로 추천하기도 했다. 창업자인 이희건 명예회장의 반대로 불발로 끝났지만, 라 전 회장의 두터운 신임을 확인했다.

그러나 김대중·노무현 정부를 거치면서 라응찬 전 회장은 신상훈씨를 신한은행장으로 발탁했고, 한씨는 당시만 해도 신생 계열사였던 신한생명 사장과 부회장으로 7년을 일하다 2009년 야인이 됐다. 그는 신한은행에서 인사부장과 종합기획부장을 지낸 인사·기획통(通)으로 덕장(德將)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 내정자는 선거 후 기자회견에서 "회장 선출 과정에서 '친(親)라(라응찬 전 회장)'니 '친(親)신(신상훈 전 사장)'이니 하는 말이 나와 가슴 아팠지만 위에서 솔선수범하면 이른 시일 내 없어질 것"이라며 분열된 조직의 화합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그는 다른 후보를 지지한 것으로 알려진 재일교포 주주와의 관계에 대해 "이번 후보자 중 재일교포 주주들과 가장 긴 교분을 가진 사람이 바로 나"라며 "재일교포 주주들과의 소통, 커뮤니케이션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