쿵제 九단, LG배 첫 2연패 달성할까

쿵제(孔杰)와 퍄오원야오(朴文堯)가 마침내 칼을 뽑은 채 마주 선다. 영광과 실속(우승상금 2억5000만원)이 한쪽으로 몰리는 승자 독식 싸움이다. 제15회 LG배 세계기왕전(조선일보사 주최) 결승 3번기. 21일부터 서울 지하철 광화문역 지하 1층 중화회(中華匯)에 무대가 차려진다. 세계 바둑 사상 중국 기사끼리 패권을 다투는 것은 다섯 번째, LG배에선 2006년 10회 때에 이어 두 번째다. 한국 기사가 빠졌지만 이번 결승전을 즐겁게 관전할 수 있는 '급소'들만 모아봤다.

■둘은 어떤 기사인가

쿵제(29) 九단은 LG배와 후지쓰배, TV아시아선수권 등을 보유 중인 현역 세계 3관왕이다. 이창호와 이세돌, 일본 유키(結城聰) 등 강자들을 결승서 제치고 따냈다. 중국 랭킹은 3위지만 국내외 프로들은 쿵제가 중국 최강자라고 입을 모은다. 결승에 오르기까지 요다(依田紀基)·목진석·후야오위(胡耀宇)·멍타이링(孟泰齡)을 제쳤다.

퍄오원야오(23) 五단은 2009년 제4회 도요타덴소배를 통해 이미 세계 대회 준우승까지 경험해 봤다. 세계 대회서 우승하거나 준우승 2회시 최고단을 인정하는 중국 규정에 따라 퍄오는 이번 결승 결과와 관계없이 九단을 예약한 상태. 야마다(山田規三生)·천야오예(陳耀燁)·최철한·왕야오(王堯)를 결승행 디딤돌로 삼았다.

■LG배 첫 2連覇 나올까

15년 역사의 LG배 징크스 가운데 가장 완강했던 것은 아무에게도 연속 우승을 허용하지 않았다는 점. 총 4회로 최다 우승 기록자인 이창호도 정상 등극 이듬해엔 결승조차 못 올라가 봤다. 12기 우승자 이세돌은 13기 때도 결승에 나갔으나 구리(古力)에게 져 연속 우승 꿈을 날렸다. 쿵제가 퍄오를 꺾는다면 LG배의 두터운 장벽을 2년 연속 뚫는 첫 기사가 된다.

■쿵제, 1인자 맞긴 맞아?

그런데 이토록 위대한(?) 쿵제가 최근 저조한 행보로 세계 1인자 자리를 의심받는 중이다. 지난 연말 삼성화재배와 춘란배 8강전서 김지석 및 허영호에게 졌고, 새해 들어서도 농심배서 최철한에게 역전패했다. 비씨카드배에선 새카만 자국 후배 탄샤오(檀嘯)에 의해 첫 판서 무너졌다.

이건 분명 세계 최고수의 솜씨라고 할 수 없다. 배태일 한국기원 랭킹위원은 최근 발표한 세계 랭킹에서 쿵제를 이세돌 다음의 2위에 올려놓으며 "작년 4분기 성적이 10승8패에 그치는 등 안정감이 떨어진다"고 평가했다. 쿵제가 일시적 난기류를 만난 것인지, 본격 하강기에 접어든 것인지 이번 결승전이 답을 낼 것이다.

■조선족 세계 챔피언 탄생할까

퍄오의 혈관에선 순도 100%의 한국인 피가 흐른다. 경상북도에 살던 그의 조부가 일제 때 흑룡강성 하얼빈에 이주한 집안이다. 퍄오는 조선족 부모와 함께 줄곧 그곳서 자랐다. 조선족 프로기사는 2008년 제1회 세계마인드스포츠게임즈 여자 우승자 쑹룽후이(宋容慧)와 함께 두 명뿐이다. 퍄오도 전 세계 프로기사들의 로망인 LG배를 통해 세계 석권 꿈을 이루게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