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념 초월해 힘합친 구국정신 되살려야"

"84년 전 국권 회복을 위해 이념의 차이를 넘어 연합했던 신간회 정신을 좌표로 삼아 남남 갈등과 남북 갈등을 해소하고 세계 유수의 국가가 돼야 합니다."

일제 강점기에 민족주의와 사회주의 진영이 연합해 만든 국내 최대 항일(抗日) 민족운동단체인 신간회(新幹會)가 창립 84주년을 맞았다. 15일 서울 YMCA회관에서 (사)신간회기념사업회(회장 김진현) 주최로 기념식이 열렸다.

비타협적 민족주의자와 온건 사회주의자가 연합한 신간회는 '민족유일당 민족협동전선'을 구호로 1927년 2월 15일 황성기독교청년회관(현 서울 YMCA)에서 월남 이상재 선생을 회장으로 35명의 간사를 선출하며 창립대회를 가졌다. '(조선 민족의) 정치·경제적 각성을 촉진함, 단결을 공고히 함, 기회주의를 일체 부인함'을 강령으로 내걸고 전국 140여 곳에 지회를 설립했으며 회원이 4만명에 이르렀다. 단기간에 전국적 조직으로 성장한 배경에는 조선일보의 이상재 사장이 초대 회장, 안재홍 주필이 총무간사를 맡는 등 '신간회 기관지'로 불리던 조선일보의 역할이 컸다.

1931년 5월 해체된 뒤 잊혔던 신간회는 75년 만인 2006년 창립기념식을 열면서 다시 주목받았다. 본격적 기념사업 활동은 2007년 2월 15일 안재홍·이상재·조만식·한용운·신채호·한기악 등 신간회에서 활동한 독립운동가들을 기념하는 각 단체의 회원들이 모여 '신간회 기념사업회'를 발족하면서 시작됐다.

이날 행사에는 안창원 서울 YMCA 회장, 이학규·명규 월남 이상재 선생 종손, 이문원 전 독립기념관장, 남만우 광복회 부회장, 최완근 서울지방보훈청장, 이택휘 한양대 석좌교수 등 100여명이 참석했다. 김진현 신간회기념사업회장은 기념사에서 "신간회는 독립을 위해 일제와 타협하지 않고 원칙에 충실했으며, 구성원들은 애국지사일 뿐 아니라 대표적 지성인이었다"며 "오늘날에도 이처럼 원칙에 충실하고 군자다운 인격을 갖춘 지도자들이 나와 사회 통합을 이뤘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문원 전 독립기념관장은 강연에서 "조선일보에서 근무했던 한글학자 고(故) 장지영 선생을 생존 당시 만나뵀다"며 "조선일보가 신간회와 함께 1929년부터 책 '한글'을 만들고 대학생·고등학생을 중심으로 방학 때 문자보급운동을 전개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했다. 그는 "신간회는 일본 총독부에 굴복해 4년 만에 해소(解消)해 단기적으로 실패한 운동이지만 사상이 다른 단체가 합쳐 일제에 대응했다는 데서 역사적으로 큰 의미를 남긴 성공한 민족운동"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