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 끈 담배 소송
1999년 9월 폐암 말기 환자인 외항선원 김모씨와 가족 등 32명이 서울중앙지법에 소장을 내면서 시작한 담배 소송은 흡연자들이 담배회사와 국가를 상대로 낸 국내 최초의 담배 소송이었다. 금연 관련 시민단체까지 원고들을 측면 지원하면서 사회적인 이목이 집중됐다. 원고 중에 암 환자였던 7명 중 4명은 1심 재판 진행 중, 2명이 항소심 재판 중 사망했고 유일한 생존자 방모씨만 15일 패소(敗訴) 소식을 들었다.
항소심 재판장이 이날 선고를 앞두고 이례적으로 "신중에 신중을 기했다"며 소회를 밝힐 만큼 재판부는 오랫동안 다양한 방법으로 '검증'을 했다. 1심 재판이 진행 중이던 2004년 5월에는
서울대 의대에서 원고인 폐암 환자들과 흡연의 인과관계를 입증하기 위한 감정 작업을 벌였다. 당시 '감정이 불가능하다'는 결과가 나오자, 원고들이 재판부를 바꿔달라며 기피 신청을 내기도 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2009년 10월 대전
KT&G 제조창에 가서 담뱃잎을 말리고 섞고 첨가물을 넣어 제조하는 과정을 보기도 했다.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양측은 흡연과 폐암의 인과관계, 담배의 결함, KT&G측의 불법행위 여부 등 쟁점을 놓고 비슷한 공방을 이어갔다. 재판부는 2010년 6월 "KT&G에서 매년 매출의 일부분을 출연해 공익재단을 만들어 피해자들을 지원하게 하자"는 원고측 안(案)을 바탕으로 조정을 시도했으나 KT&G측이 거부하면서 변론이 재개돼 해를 넘긴 끝에 판결에 이르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