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회 LG배 세계기왕전] 빼앗긴 안방

〈제3보〉(38~60)=왕야오(王堯·28)는 새파란 신예로 느껴지지만 이세돌과 동갑이다. 94년 11세의 어린 나이 때 입단, 2009년 제9회 이광배를 통해 생애 첫 우승을 맛봤다. 국제대회 출전은 이번이 여섯 번째. 매번 1승을 올리기 바쁘다가 이번 LG배에서 여의주를 입에 문 용처럼 승천에 성공했다. 빠르고 예리한 재주형으로 그 부류가 대개 그렇듯 언행이 가볍고 종종 경솔한 수가 등장하는 게 약점이다. 최근 새로 발표된 중국 랭킹에선 30위에 자리잡았다.

흑▲가 지난 보(譜) 마지막 수. 백이 39로 받을 때 '가'에 붙여 넘으려 했던 건데 백38의 반발로 전혀 다른 모습이 만들어졌다. 이제 47까지는 피차 외길 진행. 예기치 않던 한순간의 다른 선택으로 항로가 통째로 바뀌기도 하는 것은 인생과 바둑이 똑 닮았다.

48은 어땠을까. 두 말 할 필요없이 큰 곳인 건 분명한데, 이보다는 52로 지킨 뒤 '나'의 침입과 48의 벌림(흑이 두면 '다')을 맞봐야 했다는 지적이 있었다. 49가 워낙 통렬했기 때문. 52로 참고도 1로 붙이는 것도 10까지 괴롭다. 그래서 52, 54로 대응했지만 결국 백은 안방을 통째로 빼앗겼다. 60까지 우변 절충도 일단락. 그러나 백은 이 과정에서 한 가지 간과한 것이 있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