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회 LG배 세계기왕전] 땜질 處方

〈제4보〉(61~75)=7살 때 부친에게 바둑을 배운 퍄오원야오(23)는 당대 최고 스타 이창호 기보집을 닳도록 반복해 놓아보며 고수(高手)의 꿈을 키워갔다. 그 영향 덕인지 퍄오원야오의 바둑은 끈기가 좋고 균형이 잘 잡혀 있다는 평을 듣는다. 공격보다는 계산에 강한 스타일이란 점도 이창호를 꼭 닮았다. 국내외를 가릴 것 없이 현재 활약 중인 스무 살 전후 프로기사들은 모조리 '이창호 키드'로 보아 틀리지 않을 것 같다.

61이 백으로선 예상 못했던 호착. 흑이 63에 받을 때 '가'로 뛰어들 생각이었는데, 61에 손을 뺄 수가 없다. 62로 참고1도 1이면 6까지 한 수 차이가 난다. 고심 끝에 '가'의 침입을 포기하고 62, 64로 땜질했지만 약점이 많아 큰 내상(內傷)을 입었다. 흑도 63으로 참고2도 1은 이제 안 된다.

65 때 66의 반발이 왕야오의 초조한 속마음을 거울처럼 비춰준다. 66으로는 그래도 68로 참은 뒤 흑66 때 '가'로 뛰어들어 64의 체면을 살려줬어야 했다는 중론. 73까지 되고 보니 세력으로 믿었던 우중앙 백도 생각보다 박약하다. 74 보강에 흑은 75로 힘차게 밀어갔는데, 이 수는 어땠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