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KET & MONEY] 예대율 규제로 작년 정기 예·적금 크게 늘어

지난해 금융기관의 정기 예·적금이 10년 만에 최대 폭으로 증가하며 800조원을 돌파했다. 저(低)금리 기조가 이어졌지만 딱히 돈을 맡길 곳이 없는 소비자들이 안정적인 투자처로 몰린 결과다.

17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기준 금융기관의 정기 예·적금 평균 잔액은 813조260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에 비해 20.3% 늘어난 것으로 2000년(20.8%) 이후 10년 만에 최대치다. 정기 예·적금은 2001년부터 증가 폭이 둔화해 2005년에는 2.5% 늘어나는 데 그쳤다.

그러나 2006년부터 증가 폭이 꾸준히 확대되면서 2008년부터는 두자릿수 증가세를 기록했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금융시장이 불안해지면서 시중에 돈을 맡길 곳이 마땅치 않았고, 지난해 하반기에 기준금리 인상을 점친 시중은행들이 미리 고금리 특판예금 등 신상품을 내놓은 것도 한몫했다.

금융당국이 지난해부터 예대율(預貸率)을 100% 이내(양도성 예금증서 제외)로 유지하도록 한 바람에 정기 예·적금 쏠림현상이 심해졌다.

예대율이란 금융기관의 예금 잔액에 대한 대출금 잔액 비율로, 예대율이 낮을수록 예금자에 대한 지급 능력이 좋다는 것을 뜻한다. 한은 관계자는 "금융기관이 예대율 비율을 낮추기 위해 은행채 등 만기가 다한 상품들을 정기 예·적금으로 유치하기 위해 적극 나섰다"고 설명했다.

다만 저금리 기조와 금융시장의 불확실성 탓에 예금자들은 주로 만기가 짧은 예·적금 상품에 돈을 맡겼다. 지난해 12월 말 기준으로 만기 2년 미만의 정기 예·적금 평균 잔액(734조6700억원)이 전체의 90%를 차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