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대 초반 전경련 수장… "財界 세대교체"

허창수 회장이 이끄는 GS그룹은 2009년 말 기준 자산규모 43조원으로 재계 6위(공기업과 민영화된 공기업 제외)의 기업집단이다. 2004년 LG그룹에서 분리한 이후 에너지·석유화학건설·유통 사업에 주력하며 지난해 52조원의 매출액을 기록했다.

허 회장은 취임 후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위한 재계 의견을 정부측에 활발히 전달할 과제를 안고 있다. 최근 들어 정부가 물가 상승 억제와 동반성장을 강조하면서 무리한 수단까지 동원하는 것에 대해 재계 차원의 목소리가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는 평가가 있다.

전경련은 "허 회장은 2009년 2월 전경련 회장단에 합류한 뒤 회장단 회의를 비롯한 전경련 행사에 빠짐없이 참석해 왔다"며 신임 회장에 대한 각별한 기대감을 표시했다.

재계에선 허 회장이 전경련의 새 회장이 되는 것을 계기로 전경련과 LG그룹의 '구원(舊怨)'이 풀릴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LG그룹은 1999년 대기업 간 '빅딜' 과정에서 LG반도체를 당시 현대전자(하이닉스반도체의 전신)에 넘기도록 전경련이 중재안을 내놓자 이에 반발해 이후 10년 넘게 전경련의 행사에 참석하지 않고 있다.

GS그룹의 허씨 집안이 과거 LG그룹의 구씨 집안과 성공적으로 동업관계를 이어왔고 2004년 그룹 분리도 별다른 잡음 없이 원만하게 이뤄졌기 때문이다.

허 회장은 '영국 신사'란 별명을 가지고 있을 정도로 소탈하고 온화한 성격이란 평이다. 주변 인사들은 허 회장은 작은 일은 실무진에게 맡기더라도 큰 전략은 본인이 직접 그리는 스타일이라고 말한다. 대표사례가 2008년 10월 대우조선해양 인수전에 참여했다가 인수가격 조건이 맞지 않자 파트너였던 포스코와 결별하고 입찰 불참을 전격 선언했던 일이다. 당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고 했지만 이어진 금융위기 및 경기불황 국면에서 "허 회장의 결단이 진짜 용기 있었다"는 재평가가 나왔다.

최근 들어 허 회장은 공격적인 성장 전략을 강조하고 있다. 임직원들에게 "성장하지 못하는 기업은 시장에서 금방 잊힌다" "변혁기에 경쟁자가 한계를 드러내면 재빨리 시장 주도권을 잡아야 한다" "버릴 것은 확실히 버리라" 등의 말을 강조하고 있다.

허 회장은 LG그룹 공동창업주인 고(故) 허준구 LG건설 명예회장의 장남이다. 1977년 LG그룹 기획조정실 인사과장으로 입사한 이래 LG상사 전무·LG화학 부사장·LG전선 회장을 거쳐 2004년부터 LG그룹에서 분가해 GS그룹 회장을 맡고 있다.

경남 진주 출신으로 경남고와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세인트루이스대 경영대학원 석사를 땄다. 집에 있을 때는 홈시어터를 통해 오페라 DVD를 보는 것으로 망중한의 여가를 즐긴다. 스마트폰·아이패드·전자책 등 첨단 멀티미디어 기기에 밝으며 새벽 5시면 어김없이 일어나는 '새벽형 인간'으로 알려져 있다. 매일 2~3시간 걸을 정도로 걷기에 열심이며 여러 면에서 건강유지에 각별한 관심을 기울인다.

"재계에도 세대교체가 시작됐다."

허창수 GS그룹 회장의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회장 추대 소식이 알려지자 재계에서 보인 반응이다. 허 회장은 올해 63세. 현 조석래 회장과 전임 강신호 회장이 모두 70대에 회장직을 맡았던 점을 감안하면 그의 취임은 '역동성 있는 전경련'으로 변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또 1999년 김우중 회장 이후 12년 만에 처음으로 재계 순위 10위(자산규모) 안에 드는 대그룹의 오너 회장이 전경련을 맡는 것에 대한 기대도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