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독재정권 붕괴 뒤엔 83세 '컴맹 노인' 있다

83세의 진 샤프(Sharp·사진) 박사는 미국 보스턴 외곽의 낡은 집에서 개 한 마리와 난을 키우며 혼자 살고 있다.

인터넷 홈페이지만 있을 뿐 요즘 그 흔한 페이스북이나 트위터는 물론 이메일조차 사용할 줄 모른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샤프 박사가 중동 혁명의 매개역할을 했다고 한다.

'나서지 않는 혁명가' '이집트를 무너뜨린 83세 노인' '반정부 운동의 대부(代父)' '비폭력의 마키아벨리'…. 샤프 박사에 대한 미국 주요 언론의 묘사다. 무슨 사연일까.

뉴욕타임스(NYT)는 18일 "전 세계 독재국가의 반정부 세력 사이에서 샤프 박사의 저서가 바이블로 통한다"고 보도했다.

최근 이집트와 튀니지의 독재자 축출 혁명에 이론적 토대를 제공한 인물이 바로 그라는 것. 샤프 박사는 홈페이지를 통해 '독재에서 민주정치로' '비폭력 시위의 198가지 방법' 등의 시위 이론·지침서를 한국어를 포함한 24개 언어로 제공한다.

"무력시위는 독재자의 무력 진압으로 패배할 수밖에 없으며 그들에겐 국민의 협조를 거부하는 비폭력 시위가 더 효과적"이라는 게 그의 핵심이론이다. 독재자를 조롱하는 캐리커처와 모의장례식, 단식농성, 보조금 안 받기, 정부관련 기업 보이콧 등의 시위방법도 소개한다.

NYT는 "수년 전 이집트 카이로에서 열린 민주화 운동 워크숍에서 소개된 샤프의 지침서가 아랍어로 번역돼 급속히 퍼졌다"면서 그 이론이 이번 혁명에 반영됐다고 보도했다.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는 지난 2009년 이란의 대통령 부정선거 항의시위 때도 지침서의 페르시아어 다운로드 횟수가 평소의 50배 폭증했다고 전했다.

실제 샤프 박사는 각국 독재자들이 경계하는 인물이다. 폭로전문 매체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외교전문에 따르면 2007년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과 미얀마 군부는 그를 '반미(反美) 정부를 전복하려는 간첩'으로 비난했고, 이란 정부도 2008년 "샤프는 반미 국가에 침투하는 미 중앙정보국(CIA) 요원"이라고 규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