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상] 유령 연금

올해 인도 남부 카르나타카에서는 갑자기 과부와 중증장애인 숫자가 불어났다. 3년 전 165만명에서 이듬해엔 192만명, 이어 202만명이었다. 연금 타려고 너도나도 등록 경쟁을 벌인 결과다. 인도 당국은 3월부터 스마트카드를 활용, 실명 확인을 시작할 참이다.

▶부정 연금(fake pension) 스캔들은 선·후진국을 가리지 않는다. 호주에서는 아서 크레인이라는 84세 노인이 평생 동안 46만4409달러에 달하는 전쟁연금·장애연금을 챙겼다. 2차대전 때 영국군에 차출된 소년게릴라 출신이라고 속였다. 게릴라 부대는 공식 기록이 없다면서 생생한 참전 스토리를 입증 자료로 제출해 연금을 받았다. 강연료까지 욕심났던 그는 청중 앞에 참전 용사로서 전쟁 무용담을 늘어놓다가 마침 그 자리에 있던 한 역사학자에 의해 거짓이 들통났다. 결국 4년형을 선고받았다.

▶우리 국민연금공단이 내놓은 자료를 보면 지난해 70세 이상 고령자와 중증장애 수급자 1만4070명을 따로 뽑아 조사를 했더니 127명이 이미 사망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망 후 7년 이상 연금을 더 받은 사례도 나왔다. 이를 토대로 추정해보면 유령 연금 수급자는 전국에 2만5000여명이 넘는다. 사망 신고를 하지 않은 채 다른 가족이 연금을 챙겨 쓰고 있다는 얘기다.

▶이웃 일본도 똑같은 고민에 빠졌다. 엊그제 일본 후생노동성이 76세 이상 연금 지급자의 소재를 파악해보니 65명은 이미 사망했고, 507명은 행방불명이었다. 당국은 이들에 대한 2월분 연금 지급을 중단하고 이미 지급된 연금에 대해서는 유족을 상대로 반환을 요구했다. 작년 9월에는 주소지 없이 호적상 생존해 있는 100세 이상 고령자가 무려 23만4534명에 이른다는 조사까지 있었다.

▶가짜 연금 수령자를 어떻게 가려내느냐는 것도 고민거리다. 일본은 연금수령자의 입출금 기록을 뒤지는 방법을 쓴다. 액수나 간격이 이상하면 조사에 들어간다. 의료보험 사용 기록과 대조하기도 한다. 80세 노인이 연금을 꼬박꼬박 받아가면서 병원에는 가지 않는다면 의심할 수밖에 없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군인연금회 비트루스 크와지 위원장은 "가짜 연금수령자를 뿌리 뽑을 100% 확실한 방법은 없다"고 실토했다. 하지만 한국은 주민등록제로 국가가 개인 신분을 어느 나라보다 확실하게 파악하고 있다.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가려낼 방법을 찾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