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투자 펀드도 '극과 극'

가치주 펀드에도 양극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중·소형주 위주로 이른바 '정통 가치주' 스타일의 투자를 했던 신영자산운용, 한국밸류자산운용 등 자산운용사 펀드의 수익률은 부진했지만, 가치주 펀드란 이름이 붙었으면서도 성장주 투자를 병행했던 자산운용사 펀드의 수익률은 높아지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국내 증시가 대형주 위주로 상승하면서 일어난 현상"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신영·한국밸류 수익률 부진

최근 6개월 동안 신영자산운용과 한국밸류자산운용의 펀드 실적은 저조했다. 21일 펀드 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신영마라톤증권투자신탁(주식)A'는 지난 6개월 수익률이 9.84%로 같은 기간 국내 주식형 펀드 평균 수익률 13.14%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한국밸류자산운용의 가치주 펀드인 '한국밸류10년투자펀드'도 수익률이 12.15%에 그쳤다. 역시 주식형 펀드 평균 수익률에 미치지 못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는 14.70% 상승했다.

반면 성장·가치주 중심의 펀드인 'KB밸류포커스증권자투자신탁(주식)클래스A'는 지난 6개월 동안 가치주 펀드 중 가장 높은 23.66%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주식형 펀드 평균 수익률의 두 배에 달하는 수치다.

KB밸류포커스 펀드를 운용하는 KB자산운용 주식운용 2팀 최웅필 부장은 "구체적으로 이익이 늘어날 수 있는 기업들을 편입했다"며 "현대제철, 세아베스틸, 삼성전자 등 시장 점유율을 유지하면서 이익이 늘어났던 종목 중심으로 투자했었는데, 이것이 실적으로 이어졌다"고 밝혔다.

'알리안츠기업가치향상장기증권투자신탁[주식](C/A)'의 수익률 역시 19.85%로 국내 주식형 펀드 수익률을 웃돌았다.

◆대형주 위주 장세가 수익률 양극화 낳았다

같은 가치주 펀드의 수익률이 '극과 극' 양상을 보이는 것은 대형 우량주가 코스피지수 상승을 이끌었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서동필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6개월 동안 외국인이 대형주를 중심으로 장을 주도했다"며 "신영자산운용이나 한국밸류자산운용의 펀드들은 중·소형 종목의 비중이 컸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상승률이 낮았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수익률이 높았던 펀드들은 대형주를 많이 편입했다. 알리안츠글로벌인베스터스 자산운용 이원일 사장은 "높은 수익률을 기록한 알리안츠기업가치향상장기증권투자신탁[주식](C/A)의 경우 30%는 중·소형주, 70%는 대형주로 이뤄져 있다"며 "지난해 11·12월은 대형주가 시장을 주도하고, 올해 1·2월은 중·소형주가 시장을 주도하면서 실적이 향상됐다"고 말했다.

◆중·소형주 상승해야 차이 메워질 듯

신영·한국밸류 자산운용은 중·소형주의 상승세가 본격화되면 수익률도 향상될 것이라는 입장이다. 신영자산운용 정성환 주식운용 4팀장은 "가치주들은 그동안 10~15% 꾸준히 이익이 늘어났지만, 주가에는 반영되지 않았다"며 "시장이 정상화되는 과정에서 가치주들의 수익률도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서동필 우리투자증권 연구원도 "주가가 일정 수준까지 오른 상태이기 때문에 대형주 주도의 상승은 더 오래가지 않을 것이며 그동안 저평가됐던 중·소형주, 가치주가 주목받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