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KET & MONEY] 다시 돈 밀려드는 주식형펀드

2009년 이후 국내 주식형펀드에서 썰물처럼 빠져나갔던 자금이 회귀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17일 현재 국내 주식형펀드는 이달 들어 단 하루만 빼고 계속 자금이 들어왔다. 이달 들어 1조847억원 순유입(유입자금에서 유출자금을 뺀 것)이다. 월간 기준으로 국내 주식형펀드가 순유입을 기록한 것은 지난해 5월 이후 처음이다.

2005~2007년 펀드 열풍 때 뭉칫돈을 집어넣었다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충격을 겪은 투자자들은 2009년부터 증시가 회복세를 보이자 앞다퉈 펀드 시장을 탈출했다. 이렇게 빠져나간 돈이 2009년과 2010년을 합쳐 27조원에 이른다.

올해 들어서도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던 펀드 유출이 2월 들어 갑자기 유입으로 돌아선 이유는 증시의 조정과 관련이 깊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증시관련 자금은 주가가 빠지는 날엔 들어오고 주가가 오르면 빠져나가는 패턴을 보이고 있다. 2월 들어 증시가 하락하자 대기하고 있던 자금이 대거 펀드로 몰리고 있는 것이다.

금리 상황도 국내 주식형 펀드에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금리가 오르고 채권 가격이 떨어지자 채권형 펀드에서 빠져나온 자금 중 일부가 주식형 펀드로 몰려드는 것이다. 올 들어 채권형 펀드에서는 5조6000억원이 빠져나갔다.

국제회계기준(IFRS) 도입도 기관 자금의 주식형펀드 유입을 부추기는 요소다. 지금까지 기관 투자자들은 사모(私募)펀드 형태로 투자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IFRS에 따라 한 회사의 자금만으로 운용되는 펀드는 자회사로 간주된다. 여기서 발생하는 복잡한 회계처리를 피하기 위해 기관들이 사모에서 공모로 갈아타면서 일부 자금을 주식형펀드로 돌리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요인 때문에 펀드로 유입되는 자금 규모는 지난해 하반기 이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6월 1조6000억원대에 불과했던 신규유입자금은 올 1월 3조1000억원으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오랜만에 들려온 펀드 유입 소식은 증시 참여자들에게는 반가운 소식이다. 외국인의 매수세가 둔화된 상황에서 펀드가 수급의 공백을 메워줄 구원투수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펀드 유입세가 꾸준히 지속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한국투신운용 강신우 부사장은 "적립식펀드의 최대 투자자인 중산층과 근로소득자들이 가계부채 증가와 전셋값 급등의 타격을 가장 크게 받으면서 자금 여력이 악화된 상황"이라며 "2005~2007년 대거 몰려온 자금이 이미 많이 빠져나갔기 때문에 앞으로 유출 강도는 둔화되겠지만, 예전 같은 펀드 열풍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