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라면…

서울의 한 경찰서 금고에는 2개월 가까이 현금 1000만원이 검은 비닐봉지에 싸인 채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사연은 이렇다. 작년 12월 서울 D아파트 경비원으로 일하는 조모(67·사진)씨는 단지 내 쓰레기장에서 재활용품 분리수거를 하다가 '느낌이 다른' 검은색 비닐봉지를 발견했다. '뭔가 싶어' 열어보자 5만원권 140장, 1만원권 300장 등 총 1000만원이 들어 있었다.

생전 처음 보는 거액의 현금에 가슴이 뛴 조씨는 일단 이 돈을 집으로 가져갔다. 조씨의 한 달 월급은 105만원. 1982년 상경해 15년 동안 건어물 장사를 하다 외환위기 사태로 장사를 접은 뒤 경비원 일을 하며 근근이 생활하는 조씨에게는 엄청난 돈이었다. 하지만 조씨는 이 돈에 욕심을 내지 않기로 했다. 조씨는 "이 동네에는 나이 든 노인들이 많으니, 그분들이 실수로 잃어버린 것 같다"며 "내 돈이 아닌데, 주인에게 돌려주는 것이 당연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

조씨는 다음 날 아침 관내 경찰서에 1000만원을 갖고 가 주인을 찾아주라고 신고했다. 경찰관은 "현금 다발을 주워서 신고해오는 경우는 정말 드물다"고 말했다. 경찰은 당초 비닐봉지에 싸여 있으니 급전일 가능성이 커 금세 주인이 나타날 것으로 봤다. 그러나 이 돈의 주인은 아직도 나타나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