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가 사랑했던 母國 '한국 알리기' 이어받았죠"

미국 스미스소니언박물관은 유독 한국 관련 전시를 많이 했다. 고종의 옥새 등 국보급 문화재 93점을 한국에 반환했고, 2007년엔 아예 한국관을 만들었다. 그 배경엔 큐레이터로 1965년부터 44년간 일한 고 조창수(2009년 11월 사망) 여사가 있다. 탈북 국군포로 1호인 고 조창호 예비역 중위의 누나기도 하다.

조 여사의 아들 에릭 스완슨(52)은 밀레니엄 서울힐튼 총지배인이다. 그가 관광업계의 로터리클럽인 '스콜'의 2012년 세계총회 유치단장을 맡아 작년 가을 성공으로 이끌었다. 최종 경쟁자 아일랜드를 137대 77로 물리쳤다. 어머니는 큐레이터로, 아들은 호텔리어로 한국을 알린 것이다.

스콜은 90여 개국에 500개 클럽, 2만여 회원이 있는 민간단체다. 총회에는 1000~1500명이 참석하는데 모두 여행사 대표, 항공사 및 특급호텔 임원 같은 관광업계 큰손이다. 스완슨 총지배인은 유치전 때 한국인임을 강조했다. "서양인은 내가 영어를 써서 편하게 생각했고, 아시아인은 아시아계여서 친밀감을 가졌던 것 같다"고 했다.

그는 "한국인으로서 유치를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했지만 "어릴 때부터 한국에 애정을 가졌던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그는 아버지가 스웨덴계 미국인이고, 1959년 서울에서 태어나 워싱턴에서 자랐다. 어머니로부터 한글은 배웠지만, 기본적으로 미국인이다.

"다문화집안 아이들이 다 그렇듯, 10대가 되면서 정체성 혼란이 왔어요. 생김새도 아시아인에 가까웠고요." 그는 "문제아는 아니었지만 늘 불만이 컸는데 고교 졸업 후 군대에 가면서 달라졌다"고 했다. 미국 해안경비대 소속으로 4년 복무했다. 그는 "여러 나라를 가고 사람들을 만나면서 내가 이상할 것 없다는 생각이 그제야 들었다"고 했다. 제대 후 대학을 나와 26세에 호텔에 취직했다. 15년 전부터 3년간은 서울 리츠칼튼호텔 부총지배인으로 일하면서 한국과 인연이 더 깊어졌고, 2006년부터는 밀레니엄 서울힐튼에서 일한다.

2009년 어머니가 암으로 세상을 떠나기 전 2년 동안 어머니를 보살폈다. 그는 "어머니가 어떤 삶을 살았는지, 어떤 생각을 가졌는지 그때 제대로 알았다"고 했다. 늘 '맘'이던 호칭도 언제부턴가 '엄마'로 바뀌어 있었다고 했다. "나머지 인생은 한국에서 마칠 겁니다. 세계인들이 '죽기 전에 가보고 싶은 곳'으로 한국을 꼽도록 기여하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