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블로그] 저축은행 사태, 불안한 예금자들… 가족 명의로 쪼개서 넣고 혹시 몰라 비번도 다르게

최근 6개 저축은행이 영업정지를 당하면서 예금자들이 불안해하고 있습니다. 투자자들 사이에선 거래하는 저축은행이 영업정지를 당하거나 혹은 파산했을 경우 손해를 안 보는 예금 기법이 회자되고 있다고 하네요. 서울 강남 등 고액 자산가들이 많은 지역의 은행 PB(프라이빗뱅커·개인자산관리 전문가)들이 고객들에게 귀띔해 주기도 한답니다.

PB들에 따르면 강남 자산가 중에는 한 계좌에 있던 대규모 자금을 가족들 명의로 5000만원 정도씩 쪼개서 저축은행에 옮겨 넣어두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이 경우 통장 명의만 다를 뿐, 비밀번호나 도장은 하나로 통일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일종의 차명계좌인 셈인데, 원금과 이자를 포함해 5000만원까지 보장해주는 예금자보호법을 활용한 것입니다.

하지만, 기존에 가족들 명의로 자금을 분산해 놓은 일부 예금자 중엔 혹시나 차명계좌 논란이 불거질 수도 있다며 가족들 계좌마다 함께 쓰던 비밀번호와 도장을 일일이 각기 다른 번호와 도장으로 바꾸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명의만 다르다면 각각 5000만원까지는 예금자보호를 받을 수 있다는 게 금융당국의 설명입니다.

예금자보호법을 최대한 이용하는 방법도 이번 사태를 통해 새삼 거론되고 있습니다. 원금으로 저축은행 계좌에 4999만원을 넣어두고, 이자는 가족 이름으로 된 다른 계좌로 받는 식입니다. 원금이 보장되는 한도에서 이자를 최대한 뽑아내겠다는 겁니다. 예금보험공사는 이렇게 이자 수익을 극대화하는 것에 대해서도 법에 저촉되는 행위는 아니라고 말합니다.

법에 위배될 게 없는 정당한 재테크 방법이기도 하지만, 처음에 서민 금융을 위해 출발한 저축은행이 언제부터인가 본연의 역할에서 벗어나 자산가들이 돈을 맡기는 곳으로 변한 단면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현상 같아 씁쓸하기도 합니다. 저축은행은 5000만원 한도 내에서 예금을 전액 보장받는 데다 은행보다 높은 금리를 제시한 덕분에 많은 자금을 모았습니다. 이렇게 모은 돈을 마땅히 굴릴 데가 없어 위험성 높은 대규모 부동산 개발 사업에 거액을 빌려주었다가 오늘의 부실을 초래한 것입니다. 그 부실의 부담은 고스란히 국민 몫인데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