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KET & MONEY] 리비아 쇼크 주가 급락

아프리카 3대 원유 생산국인 리비아에서 민주화를 요구하는 시위가 유혈 사태로 치닫자 국제유가가 급등하고 세계 증시는 급락하는 등 글로벌 금융시장이 휘청거렸다.

22일 서울 증시에서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35.38포인트(1.76%) 하락한 1969.92로 장을 마감, 연중 최저치로 떨어졌다. 코스피지수는 오전 한때 2.32%까지 급락했지만 오후 들어 개인과 기관투자가들의 저가(低價) 매수세가 유입되면서 하락폭이 다소나마 줄었다. 우리나라 건설사가 중동에 대거 진출한 탓에 건설 업종이 7% 가까이 폭락했고, 국제 유가가 급등하면서 해운·항공주(株)가 포함된 운수창고 업종도 5% 넘게 하락했다.

최근 3일 연속 순매수(주식 매수액이 매도액보다 많은 것)했던 외국인은 이날 3000억원 넘게 순매도하며 주가 하락을 부추겼다.

아시아 증시도 일제히 하락했다. 일본 증시에서 닛케이평균은 1.78% 떨어졌다. 일본 증시는 중동 사태가 악화된 데다, 국제 신용평가사인 무디스가 국가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낮춘 악재로 인해 약세를 면치 못했다. 중국 증시와 대만 증시도 각각 2.62%와 1.87% 하락했다. 앞서 21일(현지시각) 영국·프랑스·독일 등 유럽 주요 증시도 1% 넘게 하락했다. 이탈리아 증시는 리비아 국부펀드와 카다피 일가가 지분을 보유한 은행·에너지 기업이 급락하면서 4% 가까이 떨어졌다. 이날 미국 증시는 '대통령의 날'로 휴장했다.

리비아는 나이지리아와 앙골라에 이어 아프리카 3대 원유 생산국이자 석유수출국기구(OPEC) 8대 산유국으로 원유 대부분을 유럽으로 수출하고 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리비아 사태가 장기화되거나 다른 중동 산유국으로 확산될 경우 튀니지나 이집트 사태 때와 달리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세계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했다.

현대증권 이상재 연구원은 "리비아 사태로 원유 공급에 차질이 빚어지고 국제 유가가 급등할 경우 이는 세계 경제의 회복에 찬물을 끼얹는 치명적인 악재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미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은 9.5원 급등한 달러당 1127.6원으로 마감했다. 중동 사태 불안, 외국인 매도, 뉴질랜드 지진 등 대내외 악재들이 한꺼번에 터져 나오면서 환율이 급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