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현역 배우 백성희, 장민호 "지금처럼 긴장하기는 처음"

"1944년부터 연극을 해왔는데 전례없이 긴장돼요. 내 이름을 건 극장이 탄생하고 그 무대에 선다고 생각하니 정말 떨리네요."(백성희)

"열심히 연습하고 있습니다. 배우로서 큰 영광이고, 연기로 보답해야지요."(장민호)

두 노배우의 열정은 갓 데뷔한 신인 못지 않았다. 국내 연극계의 '살아있는 전설'이자 '영원한 현역'인 백성희(86) 장민호(87). 두 배우가 자신들의 이름을 따 지난해 12월 서울역 뒤 서계동에서 문을 연 백성희장민호극장의 개관작인 '3월의 눈'(배삼식 작, 손진책 연출)에 함께 나선다.

생존해있는 배우의 이름을 딴 극장은 전세계에서 흔치 않다. 연출을 맡은 손진책 국립극단 예술감독은 "개관작은 두 분에 대한 '오마주'(존경, 헌정)의 의미를 담는게 좋겠다고 생각했다"며 "두 선생님을 단순히 기념하는게 아니라 두 분의 경험을 후배들에게 전수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3월의 눈'은 오래된 한옥을 배경으로 현대사를 묵묵히 살아온 사람들의 일상을 그린다. 특별한 줄거리는 없다. 삶의 황혼에 다다른 시간, 죽음 너머와도 소통하는 은은한 기운을 잔잔하게 담는다. 손진책 감독은 "사라짐에 대한 이야기이자 불교에서 말하는 제행무상(諸行無常)의 의미"라고 덧붙였다.

배삼식 작가는 "명동 어느 오래 묵은 밥집에서 두 분을 처음 뵈었을 때 하나의 영상이 떠올랐다"며 "1주일만에 초고를 완성했는데, 내가 썼다기보다는 두 분 선생님에게서 흘러나온 말들을 받아적었다"고 말했다.

백성희 장민호 두 배우는 50년 넘게 극단 신협과 국립극단에서 호흡을 맞춰온 사이다. 60년대 최초로 부부 연기를 해온 이후 무수한 작품에서 같은 길을 걸어왔다. 두 배우는 특히 철저한 연습과 캐릭터에 대한 날카로운 분석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리얼리즘 연극관을 기본으로 자신을 버리고 극중 인물에 몰입하는 것으로 정평이 나있다.

한 인터뷰에서 백성희는 "우리는 억지로 대사를 외우지 않아요. 극중 배역을 분석하지. 하루하루 연습시간이 지나갈수록 나자신은 없어지고 어느 순간 그 인물이 되어있지요"라고 밝히기도 했다.

'3월의 눈'은 영원한 현역으로 활동하는 두 노배우의 연극 정신을 담아낸다. 오영수 박혜진 이호성 박경근 최승일 등 출연. 무대 박동우. 3월11일부터 20일까지. 김형중 기자 telos21@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