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어깨 힘 빼고 대중에 다가서야"

"올해는 '미술'로, 내년에는 '음악'으로 과학을 쉽게 느끼도록 할 겁니다. 과학 수업 때 들은 지식과는 다른,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지혜를 얻을 수 있을 겁니다."

최재천(57) 이화여대 자연과학대 에코과학부 석좌교수가 25일부터 다음 달 4일까지 서울 신수동 문화공간 '숨도'에서 '과학이란 매력의 기본구조'라는 이색 전시회를 연다. 한국연구재단의 '학제 간 융합연구사업'의 하나로 이화여대가 진행하는 '녹색과학 통역 프로젝트'의 일부다. 생물·환경·생태를 다루는 녹색과학을 일반인이 쉽게 이해하도록 전달하려는 작업이다.

"과학을 과학자들만의 방식인 '논문'으로 발표하면 일반인에게 전달할 수 없어요. 많은 사람이 과학을 이해할 수 있어야 거기서 넘쳐나온 상상력이 다시 과학자에게 돌아와 그 나라 과학 수준을 끌어올릴 수 있습니다."

이번 전시회는 5개 작품으로 구성된다. 고사목(枯死木)을 전시해 죽음 이후에도 지속되는 나무의 삶을 볼 수 있고, 대학 교정에 페인트로 지렁이 모양을 그려놓자 학생들이 비켜 다니는 모습을 담은 것도 있다. '병 생태학(Bottle ecology)'에서는 와인이 만들어지기까지의 포도의 일생을 알 수 있고,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누구냐, 넌!'에서는 우리 주변의 새를 검색할 수 있다. 여성 과학자 4명이 펼치는 체험형 콘텐츠 '내추럴 걸(Natural Girl)'도 있다.

최 교수는 "과학을 떠나선 존재하기 힘든 시대인 만큼 '과학의 대중화'가 절실하다"고 했다. "영국 '네이처', 미국 '사이언스'는 일반인도 구독하는 잡지예요. 그들을 위해 쉽고 짧게 쓰다 보니 많은 사람이 보고, 그러니 더 중요해진 거죠. 우리도 이렇게 과학잡지를 보는 시대로 가자는 얘기입니다."

그는 25일 개관 행사로 '과학에 대한 쉬운 책 쓰기'라는 특강도 한다. "왓슨은 과학계의 DNA 발견 과정을 흥미진진하게 담은 책 '이중나선'으로 의회에서 인간 유전체 프로젝트를 승인받아 생명과학시대를 열었습니다. 파인만은 물리학을 그림으로 표현한 '파인만 다이어그램'으로 자기 이론을 알렸고요. 과학, 나아가 사회 발전을 위해 일반인도 쉽게 읽을 책을 과학자들이 많이 써야 해요."

이런 '통역' 작업의 하나로 최 교수는 내년 영국 동물학자 제인 구달과 함께 한국에서 '생물 다양성의 소중함'을 알리는 음악회도 열 계획이다. "오스트리아에서 오케스트라 연주자들이 하나씩 빠져나간 연주회가 있었어요. 청중은 당황했지만 '생물 멸종'에 대한 경종임을 알고는 흐느끼기 시작했죠. 자연의 소중함을 뼈저리게 느낄 음악회를 우리도 준비하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