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프린터로 피부 찍어낸다

세계적인 과학저널 '사이언스'를 발간하는 미국 과학진흥협회가 최근 개최한 연례 총회에서 단연 화제는 호드 립슨 코넬 대학 교수 등이 선보인 '바이오프린터(bioprinter)'였다. 피부나 연골, 뼈, 심지어 인체의 장기를 찍어내는 기계가 바로 그것.

호드 교수는 이번 행사에서 실리콘 젤로 30분 만에 사람의 귀 모양을 만들어내는 시범을 보였다. 진짜 귀는 아니었지만 이른바 '3D 프린터'로 불리는 입체 프린터가 인간의 생체조직 생산에 활용될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다. 그는 손상된 동물의 뼈를 복원하는 실험에 이미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호드 교수는 "복잡한 신경조직이나 혈관이 없는 생체조직, 예컨대 연골 같은 것은 머지않은 미래에 바이오프린터로 찍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웨이크포레스트 대학의 제임스 유 교수는 화상을 입은 환자의 정상 피부에서 떼어낸 세포를 배양한 뒤 이를 '바이오잉크'로 사용해 한 층 한 층의 피부조직을 쌓아 진짜 피부를 만들어내는 휴대용 피부 프린터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제임스 교수는 "아프간 전쟁과 이라크 전쟁 당시 부상자의 약 30%가 화상환자였다"며 "만약 휴대용 피부 프린터가 있다면 전장에서 고통받는 병사와 민간인들의 고통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연구 중인 기계는 상처가 난 부위의 3차원 구조를 읽어들여 이식에 필요한 피부의 두께와 넓이를 스스로 결정하게 된다.

이 피부는 환자 본인의 세포로 만들기 때문에 면역거부 반응을 걱정할 필요도 없다. 제임스 교수는 이미 쥐와 돼지를 사용한 실험에서 긍정적인 결과를 얻었다고 했다. 피부세포뿐 아니라 간 등 다른 장기의 세포도 배양해 한 층 한 층 조직을 만들 수 있다면, 장기를 찍어내는 일도 가능해지는 것이다. 제임스 교수는 "다만 이 기술이 상용화되려면 바이오프린터로 찍어낸 피부나 장기를 환자의 신경과 혈관에 연결하는 이식기술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