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는 '판단'이 아닌 '과학'?

펀드매니저의 주관적인 판단을 최대한 없애고 기업정보를 통해 알 수 있는 통계수치를 통한 분석만으로 투자하는 퀀트(Quantitative investment·계량 투자) 펀드가 지속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퀀트 펀드는 펀드매니저가 직접 종목을 선정하지 않는다. 여러 가지 조건을 정해 놓고 그 조건에 맞는 종목에 투자한다. 인간의 심리에 따른 오류를 최대한 없애고 객관적 수치만으로 투자한다는 것이다.

◆수익률 좋은 퀀트 펀드

현재 우리나라에 나와 있는 퀀트 펀드는 총 5개. 이들이 모두 국내 주식형 펀드 평균 수익률보다 높은 실적을 거뒀다. 동양자산운용의 '동양아인슈타인(퀀트)증권투자신탁1(주식)A'는 1년 수익률이 40.59%를 기록했다. 주식형 펀드 평균 수익률 28.01%보다 10%포인트 이상 높은 수치다. 'GS골드스코프 퀀트증권자투자신탁 1(주식)ClassA'의 6개월 수익률은 20.92%로 같은 기간 주식형 펀드 수익률 13.56%를 크게 웃돌았다.

동양자산운용 투자공학팀 류현욱 과장은 "최대한 주관적인 판단을 하지 않기 위해 시장 상황과 관계없이 의미 있다고 생각하는 변수를 선정해 전략을 짠다"며 "먼저 시뮬레이션을 거쳐 수익률이 좋은지를 본 다음 이후 실제 투자에 적용한다"고 말했다. 김승철 KB자산운용 파생상품부 2팀장도 "펀드매니저의 직관적·주관적 판단을 최대한 배제하고 계량적 모델을 만든다"며 "PER(주가수익비율), PBR(주가순자산비율), 기업 실적 등 적게는 10개에서 많게는 30개의 변수를 놓고 전략을 짠다"고 말했다.

작년에 퀀트 펀드의 수익률이 좋았던 데 대해 대우증권 전략팀 장희정 과장은 "작년에 우리 기업들의 실적이 크게 좋아졌기 때문"이라고 추측했다. 기업 실적이 좋아지면서 재무제표를 바탕으로 한 퀀트 펀드의 투자가 유효했던 것 같다는 분석이다.

◆인간의 오류를 최대한 배제

퀀트 펀드의 수익은 전적으로 사전에 프로그램 전략을 어떻게 짜느냐에 달렸다. 개발자들이 수많은 정보 중 주가에 가장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골라서 프로그램을 일단 만들어 놓으면 그 이후엔 컴퓨터가 기계적으로 주식을 사들이기 때문이다.

펀드매니저들의 개인적인 판단을 배제하고 기계적으로 매매한다는 점에서는 특정 주가지수 등의 움직임을 따라가는 '인덱스 펀드'와 같다. 반면 인덱스 펀드는 주식을 골라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해당 지수가 참고로 하는 종목 주식을 모두 사기 때문에 어느 펀드에 투자하든 크게 차이가 없지만, 퀀트 펀드는 개별적으로 다른 전략을 가지고 주식을 고르기 때문에 각각의 수익률이 천지차이다.

◆과학이 이길까 사람이 이길까

그러나 퀀트 펀드는 외적 요인에 빠르게 반응하지 못하는 단점을 갖고 있다. 예를 들어 퀀트 펀드를 만들 당시에는 그다지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던 변수가 갑자기 부각될 경우 수익을 낼 수 없다. 김승철 KB자산운용 파생상품부 2팀장은 "예를 들어 금리가 시장에 큰 변수로 작용하고 있는데 퀀트 전략의 변수에는 포함돼 있지 않다면 수익을 내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말했다. 또 기업의 비전이나 경영자의 능력을 수치화할 수 없다는 것도 문제다. 기업과 경영자의 경쟁력에 대한 판단은 숫자로 계량화할 수 없기 때문이다. 퀀트 펀드는 2008년 수익률이 좋지 않았는데, 글로벌 금융위기라는 변수를 퀀트 전략에 넣지 못했기 때문으로 평가받고 있다.

☞퀀트 펀드

직관적·주관적 판단을 배제하고 수치 분석 기법으로 투자 의사를 결정하는 펀드다. 객관적인 재무 데이터를 토대로 가장 주가가 많이 오를 것 같은 주식을 고르는 프로그램을 개발해 투자에 적용한다. 펀드매니저의 연구나 판단으로 종목을 선정하지 않고 퀀트 모델에 따라 종목을 선정한다는 점에서 보통 주식형 펀드와 다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