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블로그] 저축은행 번호표 1000번… 버틴 사람만 받았다

최근 7곳의 저축은행이 영업 정지를 당하면서 이들 저축은행에 돈을 맡긴 예금자들의 안타까운 사연이 전해지고 있습니다.

30대 초반의 이선희(가명)씨는 서울에 있는 중앙부산저축은행 점포에 5000만원이 넘는 예금을 넣고 있었습니다. 이씨는 18일이 예금 만기였는데 하루 전인 17일에 계열사인 부산저축은행이 영업 정지를 당하자 가슴이 철렁했답니다. 이씨는 당장 중앙부산저축은행에 달려가서 예금을 찾겠다고 했는데, 그곳 직원이 "아직 자금이 충분하고 만기 전에 예금을 찾으면 손해"라고 만류하는 바람에 그냥 돌아왔다고 합니다. 이씨는 예금 만기일인 18일 새벽부터 달려갔지만 줄이 너무 길어 420번의 고객 대기 번호표를 받았습니다. 오후 늦게까지 차례가 돌아오지 않아 그냥 귀가했습니다. 그런데 19일부터 이 저축은행이 영업 정지되고 말았습니다.

50대 신우선(가명)씨도 중앙부산저축은행이 영업 정지를 당하기 하루 전인 18일 아침부터 6000만원가량의 예금을 찾으려고 기다렸다가 번호표 359번을 받았습니다. 저축은행 직원이 "21일 오전 11시에 오면 예금을 내주겠다"고 말해 그냥 돌아갔는데 바로 다음날 영업 정지가 내려졌습니다. 이 저축은행은 18일 자정까지도 귀가하지 않은 고객들한테는 번호표가 1000번 가까이 되는 사람에게도 예금을 지급했다고 합니다. 번호표를 받고도 예금을 찾지 못한 30여명의 예금자들은 "직원들 말을 믿고 귀가한 사람은 바보가 됐고 무조건 버틴 사람이 이겼다"면서 "이래서야 금융회사를 믿을 수 있느냐"고 분통을 터뜨렸습니다.

심지어 이 예금자들 중에 일부는 불가피하게 손해를 감수해야 합니다. 금융당국과 예금보험공사는 "저축은행이 영업 정지를 당하기 전에 고객들에게 나눠 준 번호표의 효력은 인정받기 쉽지 않다"고 밝혔기 때문이죠. 한 변호사는 "번호표는 이름이 적혀 있지 않아 채권의 우선권을 주장할 수 있는 법적 효력이 있는 문서로 보기 힘들다"고 말했습니다.

물론 영업 정지를 당한 저축은행에 예금을 했더라도 개인당 5000만원까지 원금과 이자는 예금자보호법에 따라 보장받습니다. 하지만 5000만원을 넘는 예금의 경우 해당 저축은행이 자체 정상화가 되지 않는 이상 5000만원 초과액을 전부 다 되돌려받지 못할 가능성이 큽니다. 하루빨리 저축은행 사태가 마무리되어 더 이상의 예금자 피해가 없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