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셋이 모여 '흥행은 남자배우 몫' 불문율 깼어요

그녀들이 상경했다. 지난 1년간 22개 지역 대극장들을 돌며 유료 점유율 80%의 기염을 토한 뮤지컬 '메노포즈(Menopause)'의 혜은이·홍지민·김숙이다. 26일 두산아트센터에서 개막하는 '메노포즈'는 '폐경기'(메노포즈)를 맞은 여자들의 얘기. 여성 호르몬을 먹는 한물간 배우(혜은이), 골다공증 진단을 받은 전문직 여성(홍지민), 우울증에 걸린 주부(김숙)가 그 주인공인 코미디물이다. '뮤지컬 흥행은 남자 배우에 달렸다'는 불문율을 깬 세 여배우를 22일 공연장에서 만났다.

★홍지민="지방은 대구가 가장 좋았어요. 관객이 꽉 들어차니까 에너지가 감당이 안돼서 링거 맞고 공연할 정도였어요."

★김숙="저도 링거 맞은 걸로 해주세요. 링거 투혼!"

★혜은이="난 왜 이렇게 떨리니. 무대에 나가기 직전 몇 분은 늘 긴장돼."

★홍="그래도 선생님이 딱 등장하면 객석에서 '와, 혜은이!' 이런 게 있어요. 1970년대의 이효리죠. 아냐, 아이유인가?"

★혜="열여덟에 데뷔했어. 맥주홀, 나이트클럽에서 노래했지. '당신은 모르실 거야'가 75년에 나왔는데 히트는 76년에 됐어."

★홍="선생님도 무명 시절이 있었어요?"

★혜="업소에서 오래 했으니까. 그때 버스요금이 입석 15원, 좌석 25원이었다."

★김="아직 30대인 지민 언니랑 저는 처음에 폐경기에 대한 교육을 주입식으로 받았어요. 우울증·건망증·발열 같은 게 그 증상이구나, 알게 된 거죠."

★홍="난 춥다고 보일러를 틀고 시어머니는 덥다고 창문을 열어 고부 갈등이 생겼었는데, 그거더라고요. '메노포즈' 관객은 당신들 얘기를 속시원히 해주니 좋아하시는 것 같아요. 폐경기 증상은 선생님이 제일 잘 아시죠?"

★혜="나는 왔다가 갔다."(웃음)

★홍="이 공연은 모녀(母女) 관객이 많은데 난 남자들이 봤으면 좋겠어. 이게 여자들한텐 '제2의 사춘기' 같은 거잖아."

★김="그런데 체력은 혜은이 선생님 못 따라가요. 공연 끝나면 우린 헥헥거리는데 선생님은 화장 고치고 있고. 무대에선 참 귀여우세요."

★혜="난 첨 데뷔해서부터 귀엽다는 이미지가 따라다녔어. 동글동글했잖아. 지금은 퉁퉁하지만."

★홍="후반부에 엄마랑 통화하면서 '태어날 때부터 엄마는 엄마인 줄 알았어. 이제 엄마도 여자로 사세요'라는 대사가 나올 때마다 관객이 울고 저희도 짠해요."

★김="너무 울어서 노래 화음 망가질 때도 있지요."

★혜="합창에 참여하는 줄 처음부터 알았다면 난 이 뮤지컬 안 했을 거야. 독창만 오래 해서 코러스는 힘들어. 너무 잘해도 안 되고 너무 못해도 안 되니."

★김="저는 어떻겠어요. 가수도 아니고 개그맨인데."

★홍="그래도 마지막에 관객과 함께 춤추는 대목에서 어느 분이 내 손 꼭 쥐고 '갱년기 스트레스 많았는데 풀어줘 고맙다'고 할 땐 보람 있었어요."

★혜="결국은 내가 행복해야 해. 중년 여성들이여, 적극적으로 삽시다! 겁내지 말고!"

☞ '메노포즈'는… 폐경기 여성의 눈물과 웃음

▶백화점 왕창세일 행사장에서 만난 네 아줌마가 브래지어 하나를 두고 옥신각신하다 고민을 나누게 되는 이야기다. 폐경기 여성을 괴롭히는 질병들을 유쾌하게 조롱한다. ‘스테잉 얼라이브’ ‘온리 유’ ‘YMCA’ 등 60~80년대 팝송 20여곡을 들을 수 있다. 26일부터 두산아트센터 연강홀. (02)744-43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