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복 입은 아저씨 '학생요금' 받습니다

'추억의 경주 교복여행' '추억의 경주 수학여행'이라는 말 들어보셨습니까? 지난해 경주는 양동마을이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돼 관광객이 급증했으며, KTX 신경주역의 등장으로 기차여행이 한결 편리해져 관광의 기운이 되살아났습니다. 게다가 지난 16일 경주의 남산·월성유적지가 문화체육관광부가 선정한 '한국관광 으뜸 명소 8곳' 중 하나로 뽑혔으니 경사가 겹쳤습니다. 벚꽃 피는 봄날에 경주로 가시거든 중고등학교 시절의 교복을 입고 젊은 날로 돌아가 여행을 즐겨보시죠. 이름하여 '추억의 교복(수학)여행'입니다.

◆중·고 교복 입고 수학여행 추억

옷이 사람을 말해준다고, 자식 낳아 키우는 어른들도 중·고교 시절에 입던 교복을 입으면 꿈 많던 십대 시절로 돌아가 얄개가 되고 말괄량이가 된다. 머리가 하얘진 7080세대들이 경주로 여행 가서 까만 교복에 모자를 삐딱하게 눌러 쓰고, 하얀 옷깃 달린 교복에 허리 꽉 조이는 치마를 입고 대릉원과 첨성대, 불국사를 돌아다니는 모습을 상상해보시라. 누가 그들을 나이 들었다고 푸대접하겠는가.

KTX를 타면 서울에서 신경주역까지 2시간 정도밖에 안 걸린다. 대릉원 주차장 맞은편의 신라문화체험장에 가서 사복(私服) 위에 교복을 걸쳐 입는 것이 이 여행의 시작이다. 남학생 교복이 100벌, 여학생 교복이 70벌 준비돼 있다. 남학생에게는 윗도리 교복(사이즈 90∼120)만 지급된다. 바지는 따로 없다. 반면 여학생에게는 보기만 해도 청순하게 느껴지는 하얀 옷깃이 달린 상의(44∼88호)에 치마까지 제공된다.

일부 학생들은 왼쪽 팔에 반장·회장·선도·지도·주번 등의 완장을 찬다. 여학생보다는 남학생이 서로들 노란색·초록색 완장을 차지하려고 옥신각신이다. 추억의 교복여행에 나선 성인 여행객들은 교복을 입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관광지의 입장료를 중·고생 요금으로 할인받으니 기쁘기만 하다.

여학생은 교복을 입으면 더욱 얌전한 티를 내지만 남학생은 가관이다. 교복 윗단추 풀어헤치는 것은 기본이고 모자는 한껏 눌러 삐딱하게 쓰고 얄팍한 책가방은 옆구리에 낀 채 관광지를 활보한다.

한 바퀴 유적지를 돌고 나면 소풍 기분을 내는 시간. 남학생들은 느닷없이 닭싸움을 벌이거나 경주소나무에 기대어 말 타기를 벌인다. 여학생들의 응원전도 뜨겁다. 한바탕 일었던 젊은 열기가 시들해지면 한적한 잔디밭에서 남학생들이 가방에서 삶은 달걀에 사이다, 아니 소주를 꺼낸다.

30∼40여명의 어른이 교복으로 갈아입고 경주의 문화유적지를 도는 광경은 그 자체만으로도 다른 여행객들에게 볼거리가 된다. 일부 여행객들은 교복 입은 여행객들을 연예인 대하듯 부러운 눈으로 바라보면서 함께 기념사진을 찍자고 조르기도 한다. 지난 19일 한국관광서비스학회 회원들과 어울려 추억의 교복여행에 참여한 남태석(한국관광경영연구원 대표·48)씨는 "안동 경안고등학교를 1984년 졸업했는데 28년 만에 고교 시절 교복을 입어봐서 눈물이 나올 뻔했다. 다음에는 고교 동창생들을 모아서 다시 와야겠다"고 했다.

추억의 교복(수학)여행 프로그램은 신라문화원의 진병길 원장이 2007년 10월 첫선을 보인 히트작. 2010년 말까지 41회에 걸쳐 2500여명이 이 여행을 즐겼다.

이 프로그램은 맞춤형으로 진행된다. 첫째날 신라문화체험장에서 국악 공연을 감상하고 교복으로 갈아 입은 다음 대릉원·첨성대·불국사를 기본 코스로 답사한다. 이튿날에는 감포권 문화유적지·양동마을·경주 남산·경주 시내 문화유적지 등을 선택해서 돌아본다. 문화관광해설사와 진행요원이 1명씩 배치되므로 단체여행객들로서는 편하게 경주 1박2일 여행을 즐길 수 있다. 문의 신라문화원 (054)774-1950

◆경주 고택 숙박 체험

관광객이 많이 찾는 고장답게 경주에는 특급호텔, 콘도, 펜션 같은 숙박시설도 다양하다. 그중에서도 고택(古宅) 체험을 해보고 싶다면 서악서원, 월암재, 독락당 등을 눈여겨보자.

서악동 서악서원은 설총, 최치원, 김유신 장군의 위패를 모신 사당을 포함하고 있다. 누각인 영귀루, 강당인 시습당, 그리고 사당이 차례로 배치돼 있는데, 방 4칸이 고택 숙박 체험장으로 활용되고 있다. 비용은 4만∼6만원 선이다. 샤워실 겸 화장실이 2개뿐이라는 것이 단점. 무열왕릉이 걸어서 5분 거리에 있고 서원 뒤 선도산에 영경사지 삼층석탑·선도산 마애삼존불 등이 있으니 문화유산 답사를 좋아하는 이들에게 권할만하다.

신라의 첫 번째 왕인 박혁거세가 태어났다는 나정, 진한 육촌의 시조를 모신 양산재와 가까운 탑동 월암재는 임진왜란 때 의병활동을 했던 김호 장군의 정자이다. 대청에서 남쪽을 바라보면 네 그루의 벚나무 뒤로 경주 남산이 아늑하게 다가온다. 방 3칸에 대청마루가 딸린 가옥 전체를 내어준다. 4∼9명의 가족이나 단체에게 알맞다. 화장실이 1개, 샤워실이 2개이며 3칸의 방 모두 아궁이에 장작을 때서 난방을 한다. 비용은 평일 15만원, 금요일과 토요일 20만원이다.

옥산서원과 인접한 안강읍 옥산리 독락당(보물 제413호)은 조선 중종 때 사상가였던 회재 이언적의 고택인데 2칸짜리 독채와 방 3칸이 고택숙박 체험장으로 변신했다. 독채의 경우 주방·세면장·화장실·독립된 마당이 딸려 있다. 15만원 선. 그 밖의 방은 4만~7만원(예정)이다. 현재 수리 중이라서 6월 이후부터 이용이 가능할 전망이다.

여 행 수 첩

손수운전: 경부고속도로 경주나들목으로 나가서 나정교를 건너면 왼쪽으로 대릉원 가는 길이고, 직진하면 보문단지로 향한다.

대중교통: 서울역을 출발하는 KTX경부선 하행선의 경우 신경주역(054-613-8004)에 요일에 따라 하루 19∼23회 정차한다. 신경주역에서 50, 51, 60, 61, 70, 203, 700번 버스가 고속버스터미널이나 시외버스터미널을 경유한다. 고속버스터미널에서 대릉원까지는 걸어서 10분 거리.

천년마중 택시: 작년 9월부터 운행되고 있다. 예약을 하면 신경주역, 버스터미널, 호텔 등으로 마중을 나가며 유적지 안내까지 해준다. 27명의 천년마중택시 기사들은 지난해 11주, 100시간에 걸쳐 친절교육과 문화유산 해설 교육까지 받았다. 시내권 8시간 기준 이용요금은 10만원 선. 경주시내권에 양동마을과 감포를 모두 포함시키면 15만원 선. (054)775-7979

화산운수대통한우 보문단지 물레방아 옆 한우 전문점이다. 보문단지 내 특급호텔 투숙객들도 찾아올 정도로 육질 좋은 한우를 내놓는다. 한우갈비살과 양념갈비살 각 100g 2만원. (054)763-67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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