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스타 작곡가, 어린이 위해 뭉쳤다

"동시(童詩)가 (단색의) 여울물이었다면, 음악을 만나 무지개가 되었군요."(시인 최승호)

"어린이들도 가요나 만화 주제가가 아니라, 자기 세대에 어울리는 노래를 듣고 부를 자격이 있잖아요."(작곡가 방시혁)

중진 시인인 숭실대 최승호(57) 교수와 인기 작곡가 방시혁(39)씨가 '동요'로 만났다. 24일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최승호·방시혁의 말놀이 동요집'(CD 포함·비룡소 출간)을 기념하는 간담회가 열렸다. 시인이 2005년부터 의욕적으로 펴냈던 '말놀이 동시집' 총 5권 중에서 21편을 뽑아 방씨가 새로 곡을 쓴 것.

시집 '대설주의보' '세속도시의 즐거움' 등 엄정하고 냉정한 시어로 한국사회의 폐부를 진단해온 순수문학 시인의 동시 쓰기가 기존의 관심이었다면, 이번에는 한국 대중음악에서 가장 인기 있는 작곡가와 동요를 냈다는 사실이 화제가 됐다. 서울대 미학과를 졸업한 방씨는 2AM의 '죽어도 못 보내', 백지영의 '내귀의 캔디' 등 많은 히트곡을 작곡했으며 현재 MBC 오디션 프로그램 '위대한 탄생'의 심사위원으로도 익숙한 얼굴이다.

시인은 2004년 초등학교 2학년이던 딸에게 한국 말의 맛과 멋을 알려주고 싶다는 욕심에서 첫 동시집을 냈다. 언어의 의미보다는 두운·요운·각운이 주는 즐거움에 주목한 동시들이다. 그는 이번 동요집 출간에 대해 "하나의 낱말이 여러 빛깔을 내지는 못하지만, 음악은 다양한 음색의 스펙트럼을 펼칠 수 있다"면서 "이 동요들이 어린이들에게 좋은 선물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작곡가의 참여는 사실 출판사의 기획이다. 방시혁씨는 "아이는 차치하고 결혼도 안 한 몸이라 동요 제안을 받고 고민이 많았다"면서도 "하지만 하다 보니 의욕이 커져서 이제는 창작동요제도 부활시켜보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고 했다. 또 "곡을 쓰면서 찾아보니 지난 10년간 새로 만들어진 창작동요가 거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면서 "감히 자부하건대 성인들이 들었을 때에도 전혀 유치하거나 부담스럽다고 느끼지 않을 곡들"이라고 했다. 이번에 작곡한 동요들은 기존 형식의 울타리를 넘어 스윙·재즈·뮤지컬 등 다양한 형식으로 변주됐다는 점이 흥미롭다.

21곡의 동요 대부분은 어린이들이 합창으로 불렀지만, 표제곡 '원숭이'는 인기그룹 2AM의 조권이 참여했다. 간담회에 함께 온 그는 특유의 천진한 미소로 "어렸을 때 동요대회에 나간 적이 있다"고 추억하면서 "지금도 미성이지만 그때는 훨씬 더 동요에 알맞은 미성이었다"고 말해 폭소를 터뜨리게 했다. 예정에 없던 기자들의 요청에 조권이 마이크를 잡았다. '말썽꾸러기/ 원숭이 귀를 잡아당기자/ 원숭이가 이상한 소리를 지르네/ 아야/ 아야어여오요우유으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