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년 만에 돌아온 국군포로, 국회에서의 하루

60년 만에 조국으로 돌아온 국군포로 할아버지 김모(85)씨가 24일 국회를 찾았다. 그는 1951년 강원도 가리봉전투에서 부상당해 포로가 돼 북한으로 끌려갔고, 작년 11월에야 돌아올 수 있었다.

정장에 중절모와 선글라스를 쓴 김씨는 오전에 박선영 자유선진당 의원의 부축을 받으며 이회창 선진당 대표실로 들어섰다<사진>. 그는 이 대표에게 "고향에 돌아올 수 있도록 도와줘서 너무 고맙다"면서 "북한 당국은 이 선생님(대표)을 헐뜯지만 주민들은 아주 똑똑한 분이라고 알고 있다"고 했다.

이 대표는 "긴 편지를 정성 들여 쓰신 심정이 가슴에 와 닿았다"고 답했다. 작년 4월 북한을 탈출한 김씨는 제3국에 머물던 중 국회에 조속한 귀환 조치를 요청하는 편지를 보냈고, 이 대표와 박 의원이 도와주었다. 김씨는 전사자로 처리돼 국방부가 이미 장례식까지 치른 상황이었다.

김씨는 이 대표에게 "바쁘시지 않으면 오늘 점심을 사겠다"고 했다. 이 대표가 웃자 그는 "나 돈 많다"며 지갑을 꺼내 보였다. 김씨는 "북한은 적화통일이 될 것에 대비해 통장과 이장까지 다 임명해 놓았는데, 나도 내 고향 마을의 이장이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고국에 보은하고 싶은데, 요즘 농촌에 사람이 없다니 이장으로 봉사하고 싶다"고 했다.

이어 김씨는 본회의장 관람석으로 올라가 대정부 질문과 비교섭단체 대표연설을 들었다. 그는 "나를 송환해준 대한민국 국회를 한 번 보는 게 소원이었다"며 "북한에서 천덕꾸러기였던 내가 이렇게 호강하다니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