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장에 넥타이 '20~30代 경비원'

서울 강남구의 한 주상복합 아파트에서 경비원으로 일하는 이석일(33)씨는 정장에 넥타이를 매고 일한다. 아파트 경비원 하면 으레 떠올리는 짙은 청색 점퍼는 입어본 적이 없다. 이 아파트 경비원들은 모두 20~30대다.

최근 서울 강남 일대를 중심으로 이씨와 같은 젊은 경비원이 늘어나고 있다. 아파트 경비업체 에스텍 정규찬(53) 팀장은 "지난 2년 동안 20∼30대 젊은 경비원을 고용하는 아파트 단지 수가 50% 이상 증가했다"고 말했다.

젊은 경비원 증가는 아파트 주민들이 선호하는 것이 가장 큰 이유다. 서울 강남구 힐스테이트 1단지 심선보(46) 관리소장은 "20~30대 경비원들은 50대 이상에 비해 1인당 60만원가량 인건비가 더 들지만, 주민들이 안전에 신경을 쓰다 보니 젊은 경비원들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경기 침체로 일자리를 잡지 못한 20대들이 늘어나는 데다, 경비원 월급이 예전보다 높아진 것도 아파트 경비실에 젊은이들이 늘어나는 이유다. 50대 이상 경비원들은 평균 월급이 150만원가량이지만, 젊은 경비원들은 200만∼230만원 수준이다. 정규직이라서 휴가 등 복리후생도 보장된다.

상대적으로 나이 든 경비원들의 자리는 좁아지고 있다. 강남의 한 아파트에서 5년째 경비원으로 일하는 정수길(70)씨는 "젊은이들이 노인들 수입원을 빼앗는 것 아니냐"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