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들이 한푼 두푼 모아 만든 '사랑'

박두남(66) 할머니는 지난해 여름·가을에 우뭇가사리 상자를 이고 부산 영도 일대를 돌았다. 한 덩어리에 2000원씩 종일 팔면 남는 돈이 1만2000원. 이렇게 100만원을 모아 작년 10월 '행복영도 장학금'으로 내놨다. 그는 "가난 때문에 학교에 발도 못 디딘 게 한이 맺혔다"며 "아이들 공책이라도 사는 데 보탰으면 한다"고 했다.

영도구 동삼동에서 혼자 사는 또 다른 할머니는 작년 11월 구청을 찾아가 쇼핑백을 내밀며 '행복영도 장학금'으로 써달라고 했다. 1만원과 5000원권이 빼곡히 든 봉투가 가득했다. 총 1500만원. 구청에서 매달 받은 생계급여까지 모은 돈이다. 하지만 이름은 밝히지 말아달라고 했다.

부산 영도에서 '행복한 장학금'이 자라고 있다. 형편이 어려운 지역 학생을 돕기 위해 노점상 할머니의 땀 맺힌 돈, 신입사원 첫 월급, 영어대회 시상금 등이 들어오고 있다. 돈은 내놓은 이들이나 받는 이들 모두에게 행복한 바이러스가 퍼져 간다.

모금은 2008년 12월 영도구청과 주민들이 (재)행복영도장학회를 만들면서 시작됐다. 직장인 김선주(23)씨가 월급에서 매달 5만~10만원을 떼기로 했다. 한 주부는 생활비를 아껴 매달 10만원씩 10년간 내겠다고 했다. 초등학생 둘을 둔 집에선 매달 1만원을, 어느 초등학생은 영어스피치대회에서 받은 상금도 가져 왔다. 이렇게 160명의 개인이 동참했다.

어느 동창회는 경비를 아껴 300만원을, 학부모회는 바자회를 열었다. 그리고 종교단체와 안씨 영도종친회 등 70여 단체가 참여했다. 또 선박 부품사인 종합폴스타가 7000만원, 그라소지그뱅크에서 5000만원 등 100개 넘는 업체가 참여했다. 현재 영도구 출연금 23억원을 포함해 2년 만에 총 35억원이 조성됐다. 목표는 100억원이라고 한다.

지난해 영도의 중·고등학생 50명이 첫 장학금으로 총 5200만원을 받았다. 올해도 지난 22일 총 1억500만원이 110명의 학생에게 전달됐다. 부산대에 입학한 허모(19)양은 "많은 분이 마음을 담아주신 장학금과 함께 희망을 받았다"며 "나도 꼭 누군가를 돕는 삶을 살고 싶다"고 했다.

'행복영도 장학회' 전관수 이사장은 "올해부턴 '1인 1계좌(1만원) 운동'을 벌이고, 장학금 받은 학생이 방학 때 후배를 가르치는 '학습디딤돌 멘토링'도 추진하기로 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