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계 '엄친아'의 힘!] 감독상에 옥스퍼드大 출신 톰 후퍼

톰 후퍼(38·사진)의 감독상 수상은 83회 아카데미 시상식의 거의 유일한 이변(異變)이었다. 대부분의 전문가와 영화계 관계자들은 '소셜 네트워크'의 데이비드 핀처, '더 브레이브'의 코언 형제의 수상을 점쳤었다. 후퍼는 이들에 비하면 국내 영화팬들에게는 이름도 생소한 신인급이다. 아직 30대의 '청년'인 데다 만든 극장용 장편영화가 '댐드 유나이티드'(2009년)와 자신에게 오스카를 안겨준 '킹스 스피치' 고작 두 편밖에 안 되니 그럴 만도 하다.

그러나 그는 영미권(英美圈)에선 이미 오래전부터 '영화 영재(英才)'로 꼽혀 왔다. 영국인 아버지와 호주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후퍼는 13살에 처음 영화를 만들었고, 18살 때 만든 단편영화는 영국 TV 채널4를 통해 방영됐다. 명문 옥스퍼드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하면서 연극과 TV 광고를 연출했다.

후퍼는 영화로 데뷔하기 전에는 TV용 영화·드라마를 주로 만들었다. '엘리자베스 1세' '롱포드' '존 애덤스' 같은 시대·역사물로 2007∼2009년 골든글로브에서 TV 영화·미니시리즈 부문 최우수 작품상을 3회 연속 수상하는 기록을 세웠다. '존 애덤스'는 2008년 세계 3대 방송상으로 꼽히는 에미(Emmy)상에서 작품상과 남·여우주연상을 포함한 13개 부문을 휩쓸었다. 단일 작품으로는 에미상 역사상 최다 수상이다.

이번 아카데미 수상자 대부분이 밋밋하고 의례적인 소감만 밝혔던 데 비해 후퍼 감독은 수상 영광을 작가인 어머니에게 돌리면서 자신의 영화 제목을 활용한 재치 있는 멘트를 해 좌중의 폭소를 자아냈다. "2007년 어머니는 런던의 친구들로부터 연극 '킹스 스피치' 대본 낭독회의 초대를 받았다. 어머니가 그날 초대를 받아들였다는 데 감사한다. 어머니가 '네가 다음에 연출해야 할 작품을 찾은 것 같구나'라며 전화를 걸어 왔기 때문이다. 이 이야기의 교훈은 여러분들도 앞으로 어머니 말씀을 잘 들어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