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량 저축은행, 이게 달랐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도 빛을 발하는 별은 있게 마련이다. 올해 8개 저축은행이 영업정지될 정도로 저축은행 업계가 위기에 처했지만 탄탄한 저축은행도 있다. 본지는 저축은행중앙회로부터 우량 저축은행 4곳(동부·민국·푸른·토마토)을 추천받았다. 분석해보니 이들 회사엔 3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①경영진의 전횡이 없다

동부저축은행은 실무 부서가 대출 심사 과정에서 부적격 판정을 내리면 CEO(최고경영자)도 번복할 수 없다는 원칙을 지키고 있다. 특정 기업이 경영진과 친분이 있다는 이유로 대출을 내줄 수 없는 구조다. BIS 기준 자기자본 비율은 11.0%이며, 고정 이하 여신(3개월 이상 연체된 대출)은 3.4%에 불과하다.

강소(强小) 저축은행으로 꼽히는 민국저축은행의 양현근 행장은 "관리 가능한 만큼만 성장한다"는 철학을 갖고 외형보다는 내실을 다지는 데 주력한다. 창립 40년이 됐지만 임직원이 38명뿐일 정도로 슬림(slim)한 조직을 유지하고 있다. 매년 이익이 나오지만 대주주에게 배당하지 않고 사내 유보금을 쌓아 불경기를 대비한다. 자산 규모(4365억원)는 서울시내 저축은행 중 하위권이지만 BIS 비율은 업계 최상위권인 14.1%에 이른다. 8년 연속 흑자 행진 중이다.

②대출 심사가 깐깐하다

경기도 최대 저축은행인 토마토저축은행은 담보가치를 정확하게 평가하기 위해 공을 들인다. 심사팀→경영진→이사회까지 3단계에 걸쳐 담보 가치를 평가한다. 이 회사의 김상우 팀장은 "담보의 위험성을 자체적으로 판단하기 어려우면 외부에 맡겨서라도 정확하게 판단한다"고 말했다. 토마토는 지난해 하반기에만 159억원의 순이익을 올렸다. 푸른저축은행도 부동산담보대출 한도를 시세의 80%까지 허용하는 다른 저축은행과 달리 감정가의 70% 정도로 엄격히 제한한다.

예금보험공사 권남진 팀장은 "우량 저축은행들은 고객 정보와 부동산 담보가치 정보를 수시로 파악해 부실에 조기 대응했고 특정 업종으로 대출이 쏠리지 않게 한다"고 말했다. 내실 경영엔 물론 대가가 따른다. 어려울 땐 타격을 덜 받겠지만 호경기에는 성장이 더딜 수 있다는 점을 감수해야 한다. 우량 저축은행들은 예금 금리가 업계 평균보다 낮아 예금 유치도 상대적으로 어렵다. 고금리를 앞세워 무리하게 덩치를 불리는 것을 자제하기 때문이다.

③PF 대출이 작다

우량 4개 저축은행은 모두 PF 대출이 전체 여신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낮았다. 가장 높은 곳도 13%에 못 미쳤다. 푸른저축은행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부동산 경기가 내리막길을 걷자 부실 우려가 있는 PF 대출을 발 빠르게 캠코(자산관리공사)에 싸게 매각하는 대신, 충당금(대출해준 돈이 떼일 것에 대비해 쌓아두는 돈)을 쌓았다. 그 결과 작년 초 20%를 넘었던 PF 대출 비율이 1년 만에 8%로 줄었다. 푸른은 지난해 하반기에 자산 규모 상위 20위 이내 저축은행 중 가장 많은 순이익(301억원)을 냈으며, BIS(국제결제은행) 비율도 13.75%로 시중은행 급이다. 반면 영업 정지당한 부산저축은행과 부산2저축은행은 PF 비율이 각각 71%, 69%에 달해 부동산경기 침체의 직격탄을 맞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