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말부터 본격 시행된 퇴직연금의 적립금이 5년 만에 30조원을 돌파했으며, 가입자의 90% 이상이 고(高)수익을 기대하는 주식이나 펀드보다는 예금·보험 같은 안정적인 투자처에 퇴직연금을 맡긴 것으로 조사됐다. 고용노동부는 올해 1월 말 현재 퇴직연금 누적 적립금액은 30조3666억원이며 가입 근로자 수도 전체 상용 근로자의 27.8%인 242만9776명을 기록했다고 1일 밝혔다.
고용부에 따르면 전체 가입자의 절반 이상(51.0%)이 예금으로 퇴직연금을 운용하고 있으며, 그 다음으로 보험(33.2%)이나 주가연계증권(5.9%) 등을 이용하고 있다. 전체 가입자의 90% 이상이 원리금 보장을 선호하고 있다는 뜻이다. 펀드 등 실적 배당이 이뤄지도록 공격적으로 퇴직연금을 운용하는 가입자는 6.8%에 불과했다.
퇴직연금 유형에서도 같은 현상이 나타났다. 지급받을 연금 수준이 사전에 결정돼 있는 확정급여형(DB)의 가입자 수가 167만여명으로 나타났고, 반대로 회사가 정해진 금액만 부담하게 되고 근로자 스스로 연금상품을 선택하고 운용해 성과에 따라 연금액을 받도록 하는 확정기여형(DC) 가입자 수는 68만여명에 불과했다.
은행권에 운용을 맡긴 적립금이 전체의 48.5%(14조7000여억원)를 차지했다. 이어 보험권 34%(10조3000여억원), 증권 17.5%(5조3000여억원) 순이었다.
하형소 고용부 임금복지과장은 "근로자들은 퇴직연금을 돈 버는 목적이 아닌 노후생활 안정을 위한 목적으로 보는 상황"이라며 "아직 증권이나 펀드 같은 곳에 대한 신뢰가 쌓이지 않은 점도 연금 운용이 보수적으로 흐르는 원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