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 [충청도 양반] "한국어 世界化 위해 여생 바치겠다"

"한국이 글로벌 강국이 되려면 한글을 해외에 널리 보급해야 합니다. 한글 세계화를 위해 여생을 바쳐 일하겠습니다."

지난달 28일로 8년간의 총장 임기를 마친 정순훈 전 배재대 총장(59)은 대학교수 정년을 6년이나 남겨두고 과감히 명예퇴임했다. '한국어를 세계화하고 싶다'는 평소 지론을 실천에 옮기기 위해 새로운 도전에 나선 것이다.

정 전 총장은 몽골 울란바토르의 후레정보통신대 총장으로 초빙돼 오는 10일경 출국할 예정이다. 후레정보통신대는 IT 특성화 대학으로, 학생은 800명에 불과하지만 석·박사 과정이 개설돼 있다. 2002년 김영권 전 건국대 교수가 정년퇴직한 뒤 선교를 목적으로 설립했다.

경북 고령 출신인 정 전 총장은 배재고, 연세대 법학과를 나와 1984년 배재대 교수로 부임했다. 2003년 제4대 총장에 취임한 이래 8년간 대학을 이끌며 여러 가지 업적을 남겼다. 대표적인 것이 대학의 국제화와 한국어 세계화 사업이다. 동남아, 중국, 러시아 등 해외 자매대학 28곳에 한국어교육센터를 잇따라 설치하고 외국 유학생 유치와 한국어 보급의 전초기지로 활용했다. 이같은 노력 끝에 배재대에는 현재 46개국에서 1200명의 유학생이 재학 중이다.

그의 한글에 대한 사랑은 유별나다. 총장 재임 중인 2004년 전국 최초로 배재대에 '외국어로서의 한국어과'를 신설했다. 한글에 대한 자긍심을 높이기 위해 한글옷입기 캠페인을 적극 펼치는 한편, 2007년부터 작년까지 한글세계화재단 이사장을 맡았다. 중국을 제대로 알아야 중국에 한글을 널리 전파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에 2008년 한국사이버대에서 중국학을 공부하기도 했다. 그의 도전은 이제 출발 신호탄과 함께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첫 개척지인 몽골 후레대에 한국어학과를 신설하고, 한국어를 대학 내 모든 학생이 배워야 하는 교양필수 과목으로 만들 계획이다.

정 전 총장은 "몽골에서의 도전을 시작으로 동남아를 비롯한 여러 나라에 '제2의 한류'가 될 한글을 널리 전파하겠다"며 "27년간 배재대에서 얻은 경험을 밑거름 삼아 '한글 전도사'로서의 새로운 인생을 가꿔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