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은 느립니다 하지만 반드시, 해내고 말죠"

"우리나라에 장애인 예술대학을 만드는 게 꿈입니다. 장애인들은 예술에 뛰어난 감각을 갖고 있어요. 각자의 특성에 맞춰 전문교육을 하는 거죠."

개그맨에서 목사로 변신해 화제가 됐던 김정식(52·사진)씨가 이번에는 예술감독을 맡아 창작 뮤지컬을 올렸다. 27일까지 KBS 수원아트홀에서 공연하는 '슈퍼스타'다. 장애인·비장애인이 함께 출연한다. 특수학교 학생들이 신체의 한계를 이기고 꿈을 향해 나아가는 과정을 그렸다.

"슈퍼스타 주인공이자 극단 대표인 곽유림씨와는 '순돌이와 각시탈품바'라는 어린이 영화를 함께 한 적 있어요. 제가 장애인 관련 일을 하고 있다 보니 장애인들이 편하게 느끼도록 가르칠 수 있어 도와주다가 감독까지 맡게 됐습니다." 그는 "일반 뮤지컬에 비해 손색없을 뿐 아니라, 다른 누구도 할 수 없는 뮤지컬을 만들려고 '혹독하게' 연습시켰다"고 했다.

"가수가 꿈인 뇌병변 1급 장애인 아이가 나와요. '거위의 꿈'을 부르는데 목에 핏대가 서고 음이 안 올라가 고생하면서도 정말 열심히 연습했어요. 전 그때마다 울었습니다." 그는 이 노래를 '굼벵이의 꿈'이라고 부른다고 했다. "장애인은 느려요. 굼벵이죠. 연습도 많이 해야 하고 완성도 늦습니다. 하지만 꼭 해내고 말아요."

김정식씨는 1980~90년대 '밥풀떼기' 등으로 인기를 끈, 잘나가는 개그맨이었다. 그러다가 장애인방송 '사랑의 소리'를 진행하고 어머니가 앓으면서 목사가 됐다고 했다. "응급실 밖에서 기도했어요. '엄마만 살려주시면 하나님이 시키는 대로 다 하겠다'고."

그 뒤 개그맨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을 접었다. "방송할 때 한 청취자가 '출근해야 되는데 아이가 혼자여서 못 가겠다'고 해서 근처에 계신 봉사자를 보냈어요. 생계 자체가 힘든 분이 있으면 돈을 모아 보내줬고요. 제가 연예인이어선지 도와달라면 거절하는 분이 거의 없었어요. '아, 내가 이러려고 연예인을 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죠."

그렇지만 주는 것보다는 받는 것이 항상 더 많았다고 했다. "뇌병변 1급 장애인이 한겨울에 경기도 광주에서 전동기를 타고 5시간 넘게 걸려 절 찾아왔어요. 안아보니 몸이 꽁꽁 얼어 있었죠. 제게 고맙다고 말하고 싶은데 택시가 잡히지 않으니까 그냥 전동기를 몰고 온 거죠. 그때 감동은 말로 할 수 없습니다."

김정식씨는 요즘 교회에 가기 힘든 장애인들을 위해 '찾아가는 목회'를 하고 있다. 또 6월 필리핀에 장애인예술대학을 열기 위해 분주하고, 충북 음성에 장애인교육센터도 짓고 있다. "그래도 화려하던 개그맨 시절이 그립지 않냐"고 물었다. 그는 "20년이나 과분한 사랑을 받고 살았다"며 "지금이 제일 행복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