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물가 쇼크] 체감 물가에 더 가까운 '이마트 지수'

'이마트 생활가격 지수'는 통계청이 매달 발표하는 소비자 물가지수보다 체감(體感)물가에 훨씬 가깝다. 소비자들이 매일 접하는 생활필수품 위주로 조사 품목이 구성돼 있기 때문이다. 대상 품목은 78개로 판매량에 따른 가중치를 적용해 집계한다. 예를 들어 라면 매출이 속옷보다 두 배 많다면 라면 가격이 오르면 속옷 가격이 같은 비율로 올랐을 때보다 2배의 가중치를 주는 식이다.

 

정부가 가격을 통제하거나, 가격 움직임이 거의 없는 품목은 통계에 넣지 않는다. 예를 들어 정부의 소비자물가지수에서는 '가중합계 1000' 중에서 '170.4'라는 가장 높은 가중치를 적용받는 '주거 및 수도·광열비'나 가중치 '132.7'을 적용받는 '외식·숙박비' 등은 이마트 생활가격 지수에는 포함되지 않는다. 주거비 상승은 서민 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만 매달 오르는 것은 아니며, 외식·숙박비 등은 가격이 오르면 소비를 줄일 수 있기 때문에 실생활에 미치는 체감 영향은 생활필수품에 비해 낮다. 또 가중치 '109'인 교통비는 정부의 가격통제를 받기 때문에 물가변동 탄력성이 매우 낮아 인상요인이 있다 해도 곧바로 오르기는 어렵다.

이마트 생활가격 지수 2월치가 작년 2월에 비해 9.4% 올랐다는 것은 '서민들이 소비를 줄이기 어려운 상품들'의 가격이 10% 가까이 올랐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이마트는 강력한 구매력으로 많은 물건을 싼 가격에 사들여 일반 시중가보다 싸게 파는 품목이 많다. 그런 점에서 일반인들이 실제 체감하는 생활 물가는 '이마트 지수'보다 오히려 높을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 분석이다.

신세계유통산업연구소 김민 소장은 "이마트 생활가격 지수는 경쟁업체보다 낮은 가격으로 상품을 팔기 위해 내부적으로 관리하는 지표"라며 "같은 품목으로 일반적인 소매점의 평균 통계를 내면 상승률은 더 높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마트 생활물가 지수'와 정부의 '소비자 물가지수'를 비교하면 지난해 8월까지만 해도 이마트 지수 상승률이 낮았다. 그러나 9월 이후 역전돼 점점 더 그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 이는 생필품 가격이 일반적인 소비자 물가보다 훨씬 빠르게 상승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전문가들은 생필품 물가의 높은 상승을 우려하고 있다. 성신여대 강석훈 교수는 "최근 물가상승은 국제적인 원자재값 상승, 이상기후, 구제역·AI(조류 인플루엔자) 등 여러 요인이 한꺼번에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이마트 생활가격 지수는 정부의 가격 억제 정책으로는 생필품 가격을 잡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