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91 창간특집] [10년을 준비하는 기업] 몸 산업에서 100년 먹을거리가 나온다

"바이오제약은 미래사업이다. 이 사업이야말로 인류의 건강을 증진시키고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이므로 사명감을 갖고 적극적으로 추진하라."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최근 바이오 신사업에 관한 보고를 받고 신사업추진단 김태한 부사장에게 지시한 말이다. 앞서 이 회장은 지난해 5월 바이오·헬스케어를 포함한 향후 10년 후 신성장동력에 총 23조3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바이오·헬스케어 분야가 재계의 미래성장 산업으로 떠오르고 있다. 삼성·SK·LG 등 국내의 대표적인 대기업군이 향후 10년 후 성장산업 중 하나로 바이오·헬스케어를 지목하고 수조원에 달하는 투자액을 쏟아붓고 있다.

삼성, 바이오제약·의료기기 박차

◆의료기기에 이어 바이오산업에도 첫 발 내딘 삼성

삼성은 지난달 말 세계적인 바이오제약 서비스업체인 퀸타일즈(Quintiles)와 자본금 3000억원 규모의 합작사를 설립한다고 밝혔다. 이 합작사에는 내년까지 단계적으로 삼성전자 40%, 삼성에버랜드 40%, 삼성물산 10%, 퀀타일즈 10%씩 지분을 투자한다. 퀸타일즈는 지난 1982년 설립된 제약·헬스케어분야 연구개발 전문 서비스업체다.

삼성이 벌이는 것은 CMO(원료 의약품생산) 사업인데, 퀸타일즈가 의약품 생산을 의뢰하면 삼성이 이를 생산하는 방식이다. 마치 반도체 주문을 받아 파운드리(위탁생산) 업체가 이를 생산하는 방식과 비슷하다. 합작사는 올해 상반기 중 생산공장 건설에 착공하고 2013년 상반기부터 생산에 들어갈 계획이다. 3만L(리터)급 동물세포 배양기를 갖춘 초현대식 시설이라는 게 삼성의 설명이다.

김태한 부사장은 "합작사는 삼성의 바이오제약 사업의 첫 걸음"이라며 "장기적으로 바이오신약 사업에도 진출해 삼성의료원의 치료 사업, 바이오제약 사업, 삼성전자의 IT기술을 기반으로 한 의료기기 사업 등 의료관련 사업의 융·복합화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삼성은 각 계열사별로도 헬스케어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말 국내 최대 의료기기업체 메디슨을 인수했다. 지난해 6월에는 혈액검사기를 출시했다. 이어 치과용 엑스레이 장비 업체인 레이를 인수하기도 했다.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는 영상진단장비인 '포터블 X선 디텍터' 양산체제를 갖췄다. 삼성전기도 미국 의약업체와 독성검출용세포칩 등 바이오부품사업을 공동으로 전개하는 등 바이오사업에 적극적이다.


SK "신약 개발 앞서가자"

◆생명과학을 신성장동력으로 삼은 SK

SK는 올 초 최재원 수석부회장을 비롯해 김신배 부회장, 박영호 부회장, 정만원 부회장 등으로 구성된 그룹 부회장단을 신설하며 생명과학 등 성장엔진에 시동을 걸었다.

SK는 최근 독자 개발한 파킨슨병 치료제 신약 YKP10461을 미국에서 임상시험을 받을 수 있도록 미국 식품의약청(FDA)으로부터 허가를 받았다. 1996년 이후 독자 개발해 FDA로부터 임상시험 승인을 획득한 신약 후보물질을 12개로 늘리며, 글로벌 수준의 신약개발 경쟁력을 보유한 기업으로 평가받는다. 파킨슨병은 진전(떨림), 불안정한 자세, 보행 장애 등의 증상을 특징으로 하는 퇴행성 뇌신경계 질환이다.

SK는 또 라이프 사이언스 사업부문 산하에 신약개발사업을 운영 중이다. 현재 에이즈(AIDS)치료제 중간체, 심혈관치료제 중간체 등 40여 종을 생산, 이 중 90% 이상을 화이자 등 세계 10대 제약회사에 판매하고 있다.


LG '水처리 글로벌 톱10' 포부

◆수처리 등 헬스케어에 손대는 LG

LG의 경우 헬스케어분야를 성장분야 중 하나로 삼고 투자액을 늘리고 있다. LG전자는 작년 2월 지식경제부가 적극 추진 중인 스마트 케어 서비스 시범사업자로 선정됐다. LG전자는 세브란스병원의 의료기기 관련 기초 연구 및 임상경험을 첨단IT 기술과 접목시켜 차세대 의료기기를 공동개발할 계획이다.

수(水)처리 사업의 경우 LG전자가 지난해 11월 한국 환경산업기술원의 '환경신기술' 인증을 받은 신공법을 바탕으로 사업 수주에 전력 중이다. 자체 개발한 내부 여과 장치와 필터는 2012년부터 강화되는 법정 방류수 수질 기준(인 농도 0.2ppm 이하)을 만족하게 할 뿐 아니라 대형 하수 처리에도 효과적인 친환경 기술이다. 오는 2020년까지 글로벌 수처리 시장에서 7조원의 매출을 올려 '글로벌 톱 10 종합 수처리 전문 기업'으로 자리매김한다는 계획이다.